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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이상한 주거환경

입력
2016.07.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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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같은 골목이 많은 주택가에 오래 살면서 과거 우리의 주거 환경이 무척 특이했음을 느끼곤 한다. 내가 살고 있는 한옥만 하더라도, 나란히 있는 세 집이 같은 지붕을 이고 있다. 한옥인 세 주택이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처럼 한쪽 벽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말인데, 그걸 모르고 이사 왔던 내겐 지금껏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 집처럼 보란 듯이 한 지붕을 이고 있지는 않지만, 옆집과 샴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집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는 것으로 봐서 과거 서울에 살던 서민들의 주거 환경이 어땠을지 짐작할 만하다. 엽기적이라 할 만한 형태도 있는데, 어떤 집 마당에는 다른 집의 정화조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처음엔 그 두 집 중 하나가 본가였을 테고, 옆집에는 분가한 가족이 살았을 거라 짐작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남의 집 정화조가 마당 안에 시멘트 구조물의 형태로 노출된 채 솟아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엽기적이다. 흉물스러운 그것을 그대로 두고 있는 집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처럼 도심 속 오래된 집들을 유심히 보다 보면 눈에 띄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집의 추녀와 지붕을 뜯어내고 뒷집이 굴뚝을 올린 것도 보인다. 집주인은 과연 자신의 집을 뜯어내고 이웃집이 굴뚝을 올린 것을 알고 있었을까? 알고도 흔쾌히 허락했을까?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살았던 사람들은 이웃과 사이 좋게 지내지 못했을 것만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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