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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암도 고쳐요” 태반 불법유통한 약재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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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암도 고쳐요” 태반 불법유통한 약재상들

입력
2016.07.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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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암도 낫게 할 수 있는 좋은 약재가 하나 있긴 한데….”

서울 은평구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이모(62ㆍ여)씨는 손님들이 효과 좋은 건강식품을 찾을 때마다 슬쩍 ‘자하거(紫河車)’라는 이름을 들려줬다. 자하거는 사람의 태반을 말려 만든 약재로 폐와 간을 강화하고 임신부의 산후조리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손님이 솔깃한 반응을 보여도 함부로 약재를 보여주지 않았다. 확실히 구매 의사를 밝힌 이들에게만 건강원 지하창고 깊숙이 숨겨둔 자하거를 꺼내왔다. “구하기 힘든 약재”라는 말도 꼭 덧붙였다.

이씨가 자하거를 팔면서 극도로 조심했던 이유는 당국의 허가 없이 사람 태반을 약재로 만들어 파는 것이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인간 태반은 유통ㆍ보관 과정에서 세균에 감염되거나 전염병을 옮길 위험이 있어 2005년부터 판매가 금지됐다. 그러나 태반이 피부미용과 산후조리 등에 좋은 만병통치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암암리에 유통돼 왔다. 가격도 폭등했다. 2000년대 초 개당 5,000원에 불과했던 환 형태의 자하거는 판매금지 조치 이후 값이 껑충 뛰어 8만~1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환 제조에 들어가는 태반 원가는 1,000원 이하로 알려져 이씨는 최대 100배의 폭리를 취할 수 있었던 셈이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런 식으로 자하거를 불법 유통한 약재상 6명을 식품위생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서울과 대구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면서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인태반을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장사가 안돼 불법인 줄 알면서도 손님이 찾으면 팔 수밖에 없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이들이 2005년 유통 금지 전 만들어진 인태반 재고를 사용했다고 진술했지만 의료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나온 태반을 입수해 직접 약재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유통 경로를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세균오염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현장에서 압수한 태반 14개의 성분 분석을 맡겼다”며 “피의자들이 주변 약재상들에게 인태반을 빌려준 정황도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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