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확정 후 지난달 돌연 재공모
박창민 전 현대산업 사장 유력
정치권 외압설 등 갖가지 잡음
국내 대표적인 건설사인 대우건설의 차기 사장을 사실상 결정 짓는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가 20일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권과 건설업계에선 벌써부터 예상되는 결과를 두고 온갖 잡음이 들끓습니다.
정관계 낙하산 인사로 만신창이가 된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재현될 거란 우려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흉흉한 소문을 종합해 보면 불과 얼마 전 대우조선 사태의 책임으로 고개를 숙였던 산업은행이 여전히 외부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건설 사추위는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을 지배(지분율 50.75%)하고 있는 산은의 임원 2명과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앞서 사추위는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박영식 현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전무(전략기획본부장)를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했다가 지난달 23일 돌연 재공모 절차를 밟겠다며 일정을 연장했습니다. “내부 인사만으로 사장을 공모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당시 대주주인 산은 측의 설명이었습니다만 갑작스런 일정 변경은 그 자체로 의혹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후 재공모에 지원한 20여명 중 1차 관문을 통과한 5명(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 강승구 전 푸르지오서비스 사장, 원일우 전 금호산업 사장, 박영식 현 사장) 가운데 박창민 전 사장만 홀로 ‘외부 인사’임이 드러나자 의혹은 더 커졌습니다. 대우건설 노조와 금융권에선 사실상 박창민 전 사장이 차기 사장에 뽑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창민 전 사장이 대우건설의 중점 사업인 ‘해외 수주’ 관련 경력이 적다는 점도 갖은 설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정치권 외압설입니다. 대우건설의 모 협력업체 대표가, 자기가 잘 모르는 인물이 사장이 될 경우 사업이 곤란해 질 것을 염려해 평소 친분이 있던 여당 실세 국회의원에게 특정 인사를 밀어달라고 청탁했다는 겁니다. 이번 인선은 그 의원이 금융당국과 산은 등에 힘을 쓴 결과라는 얘긴데요. 이와 관련, 벌써부터 박창민 전 사장과 손발을 맞출 부사장으로 대우건설 현직 임원의 이름이 거론될 만큼 의혹은 구체적입니다.
외압설에 등장하는 관련자들은 하나 같이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외압의 통로’로 지목된 산은 사추위 위원들 역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이런 외압설은 다른 후보가 퍼뜨리는 악의적 루머일 수도 있지만 전체 상황을 지켜보는 금융권의 우려는 큽니다. 한 금융권 인사는 “후보들의 능력보다는 가장 튼튼한 줄을 잡은 사람이 결국 주인 없는 회사인 대우건설의 사장이 될 것”이라고 씁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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