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꼭 메달 따고 금의환향하길”
올림픽축구대표팀이 18일 브라질로 출국했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먼저 결전의 장소로 떠난 축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프로야구의 전설 양준혁(47)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본보를 통해 올림픽축구팀을 이끄는 신태용(47) 감독에게 응원의 편지를 보냈다. 둘은 영남대 88학번 동기로 28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태용아.
드디어 장도에 오르는구나.
2012년 런던올림픽이 생각나네. 나는 그때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런던에 있었는데 축구팀이 동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했어. 하지만 소식을 듣고 정말 가슴이 벅찼지. 야구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온 국민에게 감동을 줬지만 축구는 훨씬 더 많은 팀들과 겨뤄 얻은 결실이라 의미가 더 남다를 것 같아.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하는 축구팀을 친구인 태용이 네가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우리가 흔히 ‘감독깜냥’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말을 하는데 네가 대표적인 것 같아. 사람들이 늘 너를 좋아하고 네 주변에 모이는 이유가 있더라고. 네가 감독이 된 뒤에도 어깨에 힘을 주거나 거만해진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이런 리더십이 팀을 이끌 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 아닐까.
야구든 축구든 감독은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고독한 자리지.
판단을 해서 밀어붙일 때는 과감히 밀어붙이고 또 부드러울 때와 정확하고 냉철할 때를 잘 구분해야 하잖아. 난 아직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지만 평소 네가 하는 걸 옆에서 잘 지켜보며 많은 공부를 하고 있어.
우리가 처음 만난 게 1988년 신입생 때지?
영남대는 야구부와 축구부가 샤워실과 식당을 같이 썼기 때문에 야구에 ‘양준혁’, 축구에 ‘신태용’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지. 한국에서 야구와 축구는 뭐랄까 알게 모르게 경쟁도 하고 서로를 조금 경계하는 면도 있는 것 같더라고. 야구는 한국 최고의 인기종목, 축구는 글로벌 스포츠라는 자부심이 있어서 말이야. 하지만 너와 난 그런 걸 넘어 우정을 나눴던 것 같아. 내가 선수시절 술, 담배를 하지 않았지만 만약 술을 즐겼다면 태용이 너랑 엄청 마셨을 거야. 의협심 강하고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네 성격이 나랑 참 잘 맞거든. 은퇴한 지금은 종종 술을 한 잔 하지만 너와 소주잔을 기울일 때 가장 스트레스가 풀린다니까. 하하.
난 선수시절 ‘꾸준함’의 대명사였어. 내가 세운 여러 기록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건 통산 볼넷 1위(1278개)야. 가장 양준혁다운 기록이라고들 하지. 사실 볼넷은 안타만큼 대접받지 못해. 예전에 볼넷은 투수가 제구를 실패해 타자가 운 좋게 얻는다는 인식도 많았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 볼넷을 골라내는 타자의 능력 그리고 희생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반면 난 큰 경기에 약했고 ‘한방’이 부족했어. 학창 시절과 프로 통틀어 우승을 만 서른셋인 2002년에 처음 했으니까. 하지만 태용이 너는 꾸준함과 한방을 동시에 갖췄더라. 오랫동안 선수로 뛰며 프로축구에 큰 족적을 남겼으면서 우승도 밥 먹듯 했잖아. 감독이 된 뒤에도 두 번이나 정상(2010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2011년 FA컵)에 올랐고. 사람들은 너를 보며 우승 복이 있다고 말하지만 난 그저 운이라고 보지 않아. 그만큼 너는 담대한 구석이 있어. 승부를 할 때를 본능적으로 아는 거지. 난 꾸준한 반면 큰 경기에 약한 면이 있었는데 너는 오히려 승부처에서 더 과감해지더라.
이번에 한국의 조 편성을 보니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도 네 특유의 승부사적인 기질을 발휘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태용아, 아니 신 감독!
브라질에서 몸 건강하고 ‘위풍당당’ ‘전력질주’. 꼭 동메달 이상 따고 금의환향하길.
2016년 7월 13일 친구 준혁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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