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ㆍ의사 뽑던 전문계약직
보좌관 경력 이례적 인정
공단 “절차상 문제는 없다” 해명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여당 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를 고위직에 채용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공단 업무 성격상 외부 인사 채용 때 보좌관 경력을 우대한 전례가 드문 데다가, 공모 방식이나 직급ㆍ보수 책정에서도 통상적 절차를 벗어나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달 공모를 통해 여당 의원 보좌관 출신 A씨를 이달 1일자로 2년 전문계약직인 미래전략팀장에 임용했다. 17~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비서관 및 보좌관을 지내며 정책보좌 업무를 한 것이 선발 과정에서 가점이 됐다. 공단은 이번 채용을 앞두고 기획조정실에서 담당하던 미래전략 업무를 별도의 태스크포스(TF) 조직으로 분리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놓고 공단 안팎에서는 잡음이 일고 있다. 먼저 공단이 보좌관 경력을 인정해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계약직은 통상 변호사, 의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필요에 따라 채용할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단 내부 관계자는 “미래전략 수립 등과 같은 일상적인 공단 업무를 수행할 고위직을 선발하는 경우에는 ‘개방형 직위’ 공모로 뽑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개방형 직위로 채용할 땐 심사위원 절반 이상이 외부인으로 채워지고 업무 전문성을 갖춘 내부 직원들이 대거 지원하는 등 경쟁이 치열한데, 결국 그런 부분을 피하기 위해 TF를 만들고 전문계약직 형태로 뽑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도 잘해야 3급 대우를 받는 전문계약직 채용 방식으로 2급에 준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며 채용한 것을 두고도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씨가 맡게 된 미래전략팀장은 공단 본부 부장이나 지사장급인 2급 대우를 받는다. 공단 2급은 연봉 8,500만원 수준이다. 6급 공채로 들어온 평사원은 20년 이상 근속해도 승진하기 어려운 자리다.
공단 노조는 이번 채용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목적이 있는 인사로 보고 있다”며 “낙하산 인사들이 공공기관을 함부로 좌지우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보좌관 경력을 우대해 전문계약직을 뽑은 전례가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TF와 같은 임시조직에선 전문계약직 형태로 팀장급을 뽑을 수 있고, 자격증이 없더라도 관련 경력이 있으면 채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단 인재경영실 관계자는 “다른 분야에서도 외부 전문가를 많이 뽑고 있다”며 “공단이 소유한 청풍리조트의 경영개선팀장도 호텔업계 근무 경력이 있는 인사를 최근 채용했다”고 말했다. 공단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내년이 공단 30주년이라 향후 조직 운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미래전략팀을 신설했고 조직에 함몰된 사람보다는 창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물을 팀장으로 한시 채용했다”며 “대우는 우수한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A씨는 “복지 정책 관련 보좌관을 오래 했었고 경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지원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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