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강남3구 전셋값 떨어져
분당ㆍ판교ㆍ서울 강북까지 하락세
“일시적 조정일 뿐” 목소리도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 미사강변도시 등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수도권 주요 지역 내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달 들어 강남3구(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는 물론 분당과 판교 등 기존 신도시의 전셋값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간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른 강북 일부 지역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전셋값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는 신호탄일지, 아니면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1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3구의 지난주(11~15일) 아파트 전세 시세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구가 0.18% 떨어졌고, 서초구(0.10%)ㆍ송파구(0.01%) 등도 약세였다. 이달 들어 강남 3구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말에 비해 0.07% 떨어졌다.
실제 서초구 '신반포팰리스' 전용면적 85㎡의 경우 지난달 초 10억~11억원이던 전셋값 시세가 현재 9억~10억원으로 1억원 가량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5㎡의 전세가격은 지난달 8억1,500만원에서 이달 중순 8억원까지 떨어졌다.
강남 3구 전셋값 하락은 하남 미사ㆍ위례 등 2기 신도시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는 전세 공급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위례 신도시에 5,785가구, 미사지구에 2,817가구가 새로 준공됐다. 하반기 또한 해당 지역에 약 4,000가구가 입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 입주 때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분양가의 40%)을 치르는 계약자가 많기 때문에, 입주 물량 증가는 전세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하남 미사 등 2기 신도시의 전세 공급 증가로 강남3구 등 전세 가격이 많이 올랐던 지역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2기 신도시발(發) 공급 과잉에 분당, 판교 등 기존 신도시의 전셋값 또한 하락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상록우성 아파트’ 전용면적 85㎡는 이달 초 4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4월 거래가격(5억원)과 비교하면 4,000만원이나 하락한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 성동구 등 강북 일부 지역으로까지 북상하고 있다. 성동구 금호2가동 ‘래미안하이리버’ 전용면적 84㎡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 5월 5억7,000만원에서 이달 초 5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인근 ‘금호자이1차’ 전용 59㎡ 전세 실거래가 또한 올해 4월 4억4,000만원에서 5월 4억2,000만원으로 2,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젊은 세입자를 중심으로 전셋값을 대폭 높여 재계약을 하느니 차라리 수도권 외곽 신도시로 나가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전세시장의 내리막을 단언할 수는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작년 6월부터 지난 달까지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 기간 평균 전세가격은 작년 6월 3억2,750만원에서 지난달 3억7,655만원으로 4,9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2008년 잠실 일대에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하며 전세 가격이 크게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렇지 않았다”며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일시적인 수급 요인으로 ‘둔화’하기는 하겠지만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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