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배임죄 가능성 높아”
사립학교법 등 법인재산 처분 땐
이사회 의결 거치도록 돼있지만
‘상임이사가 전결권자’ 규정 바꿔
검찰, 배임 수재 의혹 등 수사 중
덕성여대 학교 법인인 덕성학원 상임이사 박모(55)씨가 이사회 의결 없이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금융상품에 1,000억원대 공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배임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법조계는 해석한다.
18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덕성학원 결산 내역(올해 2월 말 기준) 등에 따르면 덕성학원은 지난해 법인 적립금 1,152억여원을 수익 용도로 30여가지 금융상품에 투자, 11억여원의 이득을 봤다. 하지만 이 투자는 이사회 허락 없이 박씨 전결만으로 이뤄졌다. 사립학교법(16조)과 덕성학원 정관에 따르면 학교 법인 재산을 처분할 때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는 법인 자금 예치 품의 전결권자를 상임이사로 규정한 내부 규정을 근거로 학교 돈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상위 규정인 학교 정관과 사립학교법에 배치되는 이 내규는 2000년대 초 박씨 부친인 박원택 당시 상임이사가 만들었고 박씨가 상임이사 권한을 더 강화했다고 전 법인 직원은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용관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은 “기본 재산을 이사가 임의로 처분했다면 위법”이라고 해석했다.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소속 변호사도 한국일보에 의견서를 보내 “이사회 심의ㆍ의결 없이 자의로 학교 법인 재산을 처분한 것 자체가 상임이사 임무 위배 행위”라며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투자가 위험을 불렀다면 배임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현재 전 직원의 고발로 덕성학원의 무단 투자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덕성학원이 이사회 의결 없이 2012년 10월 100억원어치 현대중공업 회사채를 매입하고 2014년 말 서울 답십리동 주상복합 신축건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5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배임수재 등 불법이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덕성학원 관계자는 “적립금이 기본 재산이기는 하지만 만기가 도래한 예금을 다른 금융상품으로 전환할 때는 이사회 의결이 필요 없다는 교육부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2008년 교육부가 내려 보낸 ‘학교법인재산관리안내’ 지침을 보면 “예치 금액의 감소 없이 다른 종류의 예금으로 변경하는 경우라면 학교 법인의 판단 하에 처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거액 투자를 상임이사 전결로 위임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 덕에 비리로 쫓겨났던 옛 재단 측 인사들이 2012년 8월 이사로 복귀하면서 덕성여대는 다시 복마전이 되는 분위기다. 박원국 전 이사장의 조카이기도 한 박씨는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사적으로 간 여행 경비를 출장비로 처리하고 박사 과정 등록금을 공금으로 낸 사실 등이 드러나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박 전 이사장 측근인 김모 현 이사장도 주 2회 사무실 방문 때마다 50만원씩 4년 간 집무수당 2억여원을 받아간 혐의 등으로 최근 교육부 감사를 받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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