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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반도핑기구 “러시아 대표팀 소치서 조직적 도핑”

입력
2016.07.18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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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가약물검증연구소의 한 직원이 물약병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국가약물검증연구소의 한 직원이 물약병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1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대표팀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조직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했으며 러시아 체육부가 이를 감독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IOC가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에 대한 징계를 시사하면서 리우 올림픽을 20여일 앞두고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WADA는 1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법 전문가인 리처드 매클래런 캐나다 웨스턴대 법학부 교수가 WADA로부터 위탁받아 작성한 ‘매클레런 보고서’를 발표했다. 매클래런 교수는 “소치 올림픽에서는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모스크바실험소에서 러시아대표팀 선수의 깨끗한 소변샘플을 미리 채취한 후 나중에 약물을 복용한 선수의 소변샘플과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동계올림픽 직후부터 약물복용을 방조하는 시스템이 고안됐고 정부 관리들이 이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5월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전 RUSADA 모스크바실험소장이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폭로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조사 결과다. NYT 보도에 따르면 로드첸코프 전 소장은 동료 2명이 사망한 후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미국으로 이주해 WADA의 보고서와 거의 동일한 내용을 폭로했다. 당시 로드첸코프 전 소장은 크로스컨트리팀 스키 선수 14명과 봅슬레이 금메달리스트 2명 등 구체적인 종목과 선수를 거명했지만 매클레런 교수는 “특정 종목과 선수를 지목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그는 개막 18일을 앞둔 리우 올림픽이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직접 권고를 내놓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보고서 발표 시점에 대해 묻자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서둘러 보고서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실상 러시아 선수를 겨냥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WADA 등 각국의 반도핑기구는 보고서 발표 직후 “러시아 선수의 모든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스포츠와 올림픽 대회가 추구하는 진실성에 대한 충격적이고 전례없는 공격”이라 논평하며 “최고수준의 제재를 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OC는 19일 IOC 이사회를 개최해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격렬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장관은 지난주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매클레런 보고서가 분명한 증거를 제시한다면 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을 스스로 처벌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약물복용 적발은 없으리라 본다”고 자신했다. 무트코 장관은 로드첸코프 전 소장의 폭로가 보도될 당시에도 “터무니없는 서구의 스포츠 정치공세”라고 일축했었다. WADA는 러시아가 국가대표 선수들의 약물복용을 방조해왔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으며 지난해에는 RUSADA에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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