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수십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장을 차린 일당이 도박자금이 든 가방을 분실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불법 도박장을 차려 상습 도박을 벌이고 도박사이트 회원을 모집한 혐의(상습도박 등)로 김모(35)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30)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은 올해 5월 서울 강동구 소재 한 오피스텔에 온라인 도박을 할 수 있는 컴퓨터 10대를 설치했다. 이들은 오피스텔에서 합숙을 하며 매일 100여 차례 상습도박을 했다. 또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과 결탁해 다단계식으로 400여명의 사이트 회원을 모집하는 총판 역할도 했다. 이들은 돈을 잃지 않기 위해 홀수ㆍ짝수에 반반씩 배팅하는 일명 ‘양방 배팅’ 방식으로 총 24억원의 판돈을 걸어 두 달 만에 1억원을 벌었다.
하지만 김씨 일당의 범행은 뜻하지 않은 실수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일당 중 한 명이 지난 1일 오피스텔 건물 주차장에 도박자금 5,400만원이 든 종이가방을 놓고 담배를 피우러 갔다. 그러다가 가방을 깜빡한 채 차량에 싣지 않았고, 이를 발견한 이웃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사흘 뒤 경찰서로 찾아와 “잃어버린 돈은 해수욕장 사업에 쓸 돈”이라며 반환을 요구했으나 자금 출처를 의심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범행 전모가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에게 계좌 내역을 갖고 정식 반환 요청을 하라고 했지만 모두 잠적해 추적 끝에 차례로 검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달아난 총책 이모(37)씨의 뒤를 쫓고 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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