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지중ㆍ고등학교를 운영하는 예지재단이 조기 방학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도 모자라 학교 출입문을 폐쇄해 학생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학사 일정을 무시한 재단 측의 행태에 당장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고3 학생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예지중ㆍ고정상화추진위에 따르면 재단 측이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이날부터 29일까지 조기방학실시 결정을 통보하고, 학교 문을 잠근 채 출입을 막고 있다. 재단과 학교 측은 심지어 출입문의 키 박스까지 교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이날 아침부터 학교를 찾았던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가지 못해 건물 뒤 주차장 등에 모여 재단 등을 성토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재단과 교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로 계획된 방학 일정을 무시한 채 2주나 앞당겼다”며 “출입문 잠금 장치까지 바꿔 학교를 못 들어가게 할 정도로 학생들을 위한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 학생은 “학사 운영의 책임자인 유정복 교장에게 조기 방학 결정에 대해 물어보니 재단에서 결정한 거라 어쩔 수 없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재단의 조기 방학과 사실상의 학교 폐쇄는 대입을 위해 ‘학교정상화 집회’ 등에 참여하지 않고, 공부에 열중하던 고3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26일 기말시험을 치른 뒤 성적 처리 등을 거쳐 9월부터 수시에 지원하려던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시험문제 출제 준비와 채점 등 성적 처리를 한 뒤 대입 수시에 지원하려면 최소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리는데 이번 조기 방학 때문에 학사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은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학교 폐쇄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단 측에 학교 폐쇄를 해제하라고 연락하고 공문으로도 요청했지만 강제 권한은 없어 더 이상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교육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관리ㆍ감독청인 시교육청은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해서라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본보는 유 교장에게 수 차례 연락했지만 ‘조기 방학 실시 계획 공고문’만 메시지로 보냈을 뿐 일체의 연락을 피했다. 유 교장은 재단 측이 최근 임명했으며, 현 예지재단 이사이기도 하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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