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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나눔의 의리 위해선 링에서 쓰러져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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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나눔의 의리 위해선 링에서 쓰러져도 좋아”

입력
2016.07.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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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만난 김보성은 상냥하고 검소한 돈키호테였다. 폴더폰을 쓰다 최근에야 스마트폰을 장만했다는 그는 “남아서 나누는 게 아니라 아껴 쓰면서 나누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만난 김보성은 상냥하고 검소한 돈키호테였다. 폴더폰을 쓰다 최근에야 스마트폰을 장만했다는 그는 “남아서 나누는 게 아니라 아껴 쓰면서 나누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을 수도 있는 사람. 의리의 대명사가 된 배우 김보성(50)이 세상에 의리의 참뜻을 알리기 위해 링에 오른다.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인 로드FC와 손잡고 소아암 환자들을 돕기 위한 경기를 치른다. 김보성은 대전료 전액을, 로드FC는 입장 수익 전부를 내놓는다. 경기는 올 연말에 열릴 예정이다. 김보성은 15일 서울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만나 “경기 일정이 미뤄져 요즘은 연습량을 줄였다”며 “날짜가 잡히면 체중도 10㎏ 이상 줄이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격투기 경기를 치르기에 김보성의 몸은 썩 좋은 상태가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권투와 태권도를 했기 때문에 타격에는 자신이 있지만 젊은 선수를 상대로 오랫동안 버티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1회전 내에 끝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어릴 적 친구를 지키려고 싸우다 다친 한쪽 눈은 사실상 실명 상태고 다른 쪽 눈도 심한 근시다. 팔꿈치와 이도 성치 않다. “다치는 건 걱정하지 않습니다. 내가 정의로운 일을 한다면 하늘에서 도와줄 것이라 믿으니까요. 이기는 것이 목표지만 지더라도 영화 ‘록키’의 주인공처럼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보성은 5년 내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아이어티’ 회원일 정도로 남을 돕는 데 앞장서는 연예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비롯해 20개에 달하는 자선ㆍ사회복지단체 홍보대사를 맡고 있어서 본업인 연기와 공익활동이 주객 전도되는 일도 많다. 그는 강력히 반대하는 아내 앞에 두 차례나 무릎을 꿇은 끝에야 대전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격투기 경기에 나서는 건 “의리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보성은 스스로 자신의 직업이 “의리계몽운동가”라고 규정한다. 그가 외치는 의리에는 사회적 정의보다 개인 관계를 우선시하는 부정적 뉘앙스가 없다. 공익성이 없다면 그에겐 ‘진짜 의리’가 아니다. “제가 말하는 의리는 우정으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생기는 정의감,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생긴 정의를 밑바탕으로 하는 나눔을 말합니다. 방송에 출연해 진지하게 이런 ‘나눔의 의리’를 설명하니, 자꾸 편집되더군요. 그래서 진심을 전달하려고 일부러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내 생각을 전파하는 겁니다.”

허석이라는 본명으로 30년 전 데뷔할 때만 해도 그는 날렵한 턱선에 제임스 딘처럼 반항적인 눈매를 지닌 청년이었다. 나눔의 삶을 사는 배우로 방향을 바꾸게 된 건 1992년 정지영 감독의 ‘하얀전쟁’에 출연한 뒤부터다. 베트남에서 촬영하다 장티푸스에 걸려 죽을 뻔했다는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다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내달 개봉하는 ‘사랑은 없다’에선 데뷔 후 처음으로 멜로 연기를 펼친다. 그는 “첫사랑의 설렘을 다루긴 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격투기 경기를 마친 뒤엔 러시아로 건너가 3년 전 개봉한 ‘영웅’에 이어 종합격투기 선수인 표도르 예멜리야넨코와 다시 한 번 영화를 찍을 계획도 있다. “전천후 연기자가 되기보다는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다가 죽는다면 후회 없는 삶이겠죠. 삶의 목표가 나눔인 개인이 하나둘 모이다 보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 감히 믿습니다.”

글 사진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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