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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에 퍼진 바이러스 박멸” 터키 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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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에 퍼진 바이러스 박멸” 터키 피바람

입력
2016.07.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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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쿠데타 대가 치러야”

사형제 부활 가능성 내비쳐

사법부 장악해 개헌 장애도 제거

국제사회 민주주의 후퇴 목소리

“추가 폭력 피하는 것이 필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엄수된 쿠데타 희생자들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모든 국가기관에서 "바이러스를 박멸하겠다"고 선언하고 사형제 부활 가능성도 거론했다. AP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엄수된 쿠데타 희생자들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모든 국가기관에서 "바이러스를 박멸하겠다"고 선언하고 사형제 부활 가능성도 거론했다. AP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쿠데타를 일으킨 혐의로 체포된 군인과 법조인 등 약 7,500명을 ‘바이러스’에 비유하고 사형제 부활 가능성마저 언급해 대대적인 피의 숙청을 예고했다. 쿠데타 세력 척결과 동시에 민주화 세력까지 근절,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속셈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의 이슬람사원에서 열린 쿠데타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며 쿠데타 세력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에르도안은 “암세포처럼 바이러스가 국가를 뒤덮고 있다”면서 “모든 국가기관에 퍼진 바이러스를 박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사형제 부활 가능성을 내비치며 “민주주의 체제에서 모든 결정은 국민의 여론에 근거를 둔다”며 “쿠데타를 시도한 이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특히 상당수 국민이 쿠데타 저지 대열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고무돼 사형제 부활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도 최근 터키 언론과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와 정당들이 사형제 부활이 합리적인지를 놓고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키 정부가 실제 사형제를 재도입할 경우 첫 번째 타깃은 쿠데타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인물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이을드름 총리의 발표에 따르면 터키 당국은 18일까지 전직 공군 사령관 아킨 외즈튀르크와 육군 2군 사령관 아뎀 후두티 장군 등 군인 6,038명과 알파르슬란 알탄 헌법재판관을 비롯한 판ㆍ검사 755명 등 7,543명을 쿠데타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했다.

에르도안의 서슬 퍼런 행보는 나아가 반정부 민주화 세력을 단죄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우선 터키 당국이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이 에르도안의 장기집권을 비난하다 미국으로 망명한 반정부 인사인데다 쿠데타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된 법조인들도 대부분 에르도안 체제에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한 에르도안이 사법부까지 휘어잡으려는 속셈은 숙원 사업인 대통령제 개헌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요하네스 한 유럽연합(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18일 “터키 당국이 쿠데타가 시도되기도 전에 체포대상 리스트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리스트를 어떤 순간에 사용하려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제사회도 일제히 터키에 몰아칠 숙청의 피바람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안보팀과 터키 사태를 논의하면서 “터키의 모든 당사자가 법치에 따라 행동하고 추가 폭력이나 불안정을 야기할 어떤 행동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쿠데타는 에르도안에게 (정적을 숙청해도 된다는) 백지수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발발 초기 죽을 고비를 최소 두 차례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로 향할 때 쿠데타 세력의 F-16 전투기 두 대가 대통령 전용기를 추격했다. 이에 앞서 군부의 지령을 받은 특공대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머물던 휴양도시 마르마리스 호텔을 급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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