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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언니쓰'에 마냥 박수 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6.07.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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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예능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지난 두 달 동안 출연자들이 걸그룹 언니쓰로 변신해 ‘셧 업’ 이라는 음반을 출시하는 과정을 내보냈다. KBS 제공
KBS2 예능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지난 두 달 동안 출연자들이 걸그룹 언니쓰로 변신해 ‘셧 업’ 이라는 음반을 출시하는 과정을 내보냈다. KBS 제공

“그들만의 잔치에 속상하면서도 부러울 따름입니다.”

어느 한 음반제작자의 넋두리입니다. 그가 부러움의 대상으로 지목한 건 KBS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입니다. 지난 1일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출연자인 민효린의 꿈이라며 김숙과 라미란 홍진경 티파니 제시가 걸그룹을 결성해 ‘셧 업’(Shut up)이라는 음원을 출시했습니다. 이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에서 1위를 달성해 화제가 됐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지난 5월부터 걸그룹 데뷔를 선포(?)하고 아이돌 그룹의 명가인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을 등장시켰습니다. 6명의 멤버들은 서울 강남구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노래 연습은 물론 음원 녹음, 안무 연습 등을 전 국민에게 공개했습니다. 무려 두 달 넘게 말이죠.

지난 15일에는 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 출연하기에 앞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언니쓰’의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걸그룹에 도전하는 전 과정이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되며 대중의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렇게 두 달 가까이 전파를 타고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겁니다. 매주 중계하듯 ‘셧 업’ 녹음 작업을 통해 노래를 공개하고, 시도 때도 없이 음원 출시일(1일)를 공지했으니 어느 누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또 신인 가수에게 ‘하늘의 별따기’로 악명 높은, 그 어렵다는 ‘뮤직뱅크’ 출연도 척척 해냈습니다.

지상파방송의 위상과 예능이 가진 ‘특권’을 100% 활용한 마케팅 덕을 봤습니다. 중소 기획사에서 발굴한 신인 가수들이 꿈꿀 수도 없는 파격적인 혜택을 본 셈입니다. 음원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셧 업’이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에 기꺼이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가요계에 따르면 하루에만 음원 사이트에 출시하는 앨범 수가 30~40개라고 합니다. 곡 수로 따지면 400곡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많은 곡 중에서 ‘셧 업’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개되자마자 1위에 입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린 것입니다.

음악으로 밥벌이를 하는 가수들에게는 ‘언니쓰’의 행보가 달가울 리 없습니다. 티파니와 제시를 제외하면 라미란 김숙 홍진경 민효린은 가수도 아닙니다. 한 기획사에서 10년 가까이 연습생으로만 이름을 올린 예비 아이돌 그룹, 앨범을 내고도 홍보를 못해 노래를 알리지 못하는 가수들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언니쓰’는 박진영이라는 걸출한 음반 프로듀서를 섭외한 것도 모자라 음원 출시 및 음악 프로그램 출연까지 너무도 쉽게 기회를 얻었습니다.

‘언니쓰’ 같은 ‘부당경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입니다. ‘무한도전’은 각종 가요제라는 이벤트를 열고 음원을 출시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무한도전’은 지난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를 시작해 지난해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까지 2년마다 자체적으로 가요제를 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박명수와 아이유의 ‘레옹’, 하하와 자이언트의 ‘스폰서’, 황광희와 태양, 지드래곤의 ‘맙소사’가 각종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을 장식하며 ‘무한도전’의 힘과 예능프로그램의 특권을 유감없이 누렸습니다.

음반기획사 관계자들은 “애초부터 출발선이 다른 특혜”라고 입을 모읍니다. 굴지의 대형기획사가 아닌 이상 중소기획사들은 신인 가수를 ‘뮤직뱅크’에 출연시키기 위해 몇 주 아닌 몇 달을 기다립니다. 출연 결정 소식을 들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언제 출연이 ‘취소’될지 모르니까요. 방송 당일 출연 취소를 통보 받고 눈물을 삼키는 신인 가수들은 많고도 많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이 끝나고 1분도 채 되지 않게 방영되는 뮤직비디오의 경우도 순서가 몇 달씩 밀려있기 마련입니다. 누구나 순번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관련 방송사들은 “예능프로그램을 통한 음원 수익은 전액 기부”라는 미담으로 면죄부를 받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음악이 생업인 가수들과 음반제작자들에겐 먼 나라의 아름다운 이야기일 뿐입니다. 오죽하면 가수들이 예능프로그램 출신 음원을 피하느라 급하게 앨범 출시일까지 미룰까요?

여러 비판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이나 ‘언니들의 슬램덩크’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도전이라는 명목으로 음악을 주요 소재로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검증된 아이템이기 때문이죠. 노래를 만들고 무대 공연을 준비하는 출연자들의 모습만으로도 상업적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지난해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무대는 ‘무한도전’에게 시청률 20%를 오랜 만에 안겨주며 음악 예능 불패신화를 또 한 번 입증했습니다. 4~5%대의 시청률에 머물던 ‘언니들의 슬램덩크’도 멤버들이 본격적인 ‘셧 업’ 음반 녹음을 시작한 10회(6월 10일 방송)부터 시청률이 7%대로 뛰어 올랐습니다. 새로울 것 없는 도전이었지만 시청자의 심리를 간파한, 검증된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시청률 상승과 음원 시장에서의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는 하나 그 성공의 이면에 가려진 가요계의 씁쓸한 푸념도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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