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ㆍ이통도소매 시장서
과도한 독과점 소비자 피해 우려”
공정위, M&A 불허 이례적 결정
일부선 “국내 현실 외면” 비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금지한 것은 이들이 합쳐지면 유료방송과 이동통신시장에서 가격 통제가 불가능한 거대 공룡기업이 탄생할 거란 판단 때문이다. 합병기업의 독과점이 과도해서 자산 매각 등을 단서로 한 조건부 승인 등의 조치로는 이런 독과점이 해소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방송통신 산업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정위 가장 주목한 부분은 유료방송시장에서의 독과점이다. 현재 78개 전체 방송구역 중 CJ헬로비전이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은 23곳. 합병이 이뤄진다면 이 가운데 21개 구역에서 시장점유율이 최소 46.9%에서 최대 76.0%에 달하는, 압도적인 시장 사업자가 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게다가 서울 양천구 등 16개 구역에서는 시장점유율이 50%가 넘고, 2위 사업자와의 차이가 합병점유율의 25%포인트 이상이 되면서 시장 경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봤다.
이로 인한 피해는 요금 인상 등으로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거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경쟁구도가 사라지면서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싼 가격’의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CJ헬로비전이 현재 53.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경기 부천시의 경우 매달 1만2,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는데, 이는 15.6%를 점유하고 있는 경기 의정부시(8,000원)보다 50%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타지역보다 요금이 3,000원~4,000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경쟁 단계에서는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가 시장을 점유하면 가격을 슬그머니 올리는 사례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양사 간 합병이 이동통신시장에서는 공격적인 경쟁전략을 통해 가격 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 즉 매버릭(Maverick)의 퇴출로 이어질 거라고 봤다. 알뜰폰 1위 사업자 CJ헬로비전이 국내 최저 LTG 요금제 등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통해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그런 역할을 할 기업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합병사의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은 47.7%(SK텔레콤 등 계열사 46.2%+CJ헬로비전 1.5%)까지 높아지게 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알뜰폰 망 공급 시장에서의 부작용도 공정위가 우려한 대목 중 하나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CJ헬로비전 14.24%, SK텔링크 14.21% 등 총 28.45%의 알뜰폰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2위 사업자(9.73%)를 압도적으로 따돌리게 된다. 망 공급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합병사가 차지할 시장점유율은 55.3%까지 치솟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1위 수요자를 인수함에 따라 SK텔레콤가 경쟁사업자의 망 서비스 판매선을 봉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결합 계약(2015년 11월) 후 지난 6개월 간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 중 SK텔레콤 망 가입자 수는 9,646명 늘었지만, 경쟁사인 KT 망 가입자 수는 1만3,000명 줄어들었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통신사업자와의 인수합병을 통한 케이블TV업계의 선제적 구조개편 전략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시장 경쟁제한에 따른 판단은 어떤 회사가 합쳐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심사 후 조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