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롱, 흑인 우월주의 성향 보여
댈러스 경찰 총격에 동조하기도
17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경찰에 총격을 가해 3명을 살해한 범인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거주하는 흑인 남성 개빈 유진 롱(29)으로 밝혀졌다. 명확한 범행 의도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미국 언론은 8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발생한 마이카 존슨의 범행처럼 흑인 총격에 보복하는 경찰 대상 증오범죄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배턴루지 경찰에 따르면 롱은 17일 오전 8시 40분쯤 배턴루지 동남부 해먼드에어플라자 쇼핑센터 인근에서 수상한 인물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기습해 무차별 사격했다. 10여분간의 총격전에서 경찰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롱도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롱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해병대에서 복무했고 이라크에도 6개월간 파병됐으나 실제 전선에 투입되진 않았고 주로 데이터 네트워크 담당관으로 활동했다.
롱의 범행의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롱이 흑인 우월주의 성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롱은 인터넷에서 ‘코스모 세터펜라’라는 닉네임으로 활발히 활동했으며 트위터에 댈러스에서 일어난 경찰 총격 범행에 동조하는 트윗을 남겼다. 그가 10일 댈러스에서 녹화해 유튜브에 게시한 영상에는 “단순한 반대시위만으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었다.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미국 언론은 최근 총격 사건으로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며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 우려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배턴루지는 5일 흑인 앨턴 스털링이 경찰에 체포되던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지난 2주간 경찰과 흑인민권운동 ‘블랙라이브즈매터(BLM)’간 긴장이 고조되던 장소였다. NYT는 최근 앨턴 스털링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를 경찰이 강경하게 진압했다며 항의시위가 급속히 힘을 잃고 있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유가족에 의해 밝혀진 사망자는 배턴루지시 경찰 몬트럴 잭슨(32)과 매슈 제럴드(41), 이스트배턴루지 부보안관 브래드 개러폴라(45)다. 이 가운데 잭슨은 흑인 경찰로서 생전 페이스북에 고충을 토로한 글이 언론과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잭슨은 5일 앨턴 스털링의 사망사건 이후 긴장이 고조되자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도시를 사랑하지만 이 도시가 나를 사랑하는지 모르겠다”며 “유니폼을 입을 때 나는 증오스런 시선을 받고, 유니폼을 벗으면 나는 누군가에게 위협으로 인식된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는 이어 “증오가 당신의 마음을 감염시키지 않도록 해달라”는 글을 남겨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