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위를 받은 적 없는 중국 농민공(農民工ㆍ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중국 저임노동자)이 복잡한 수학문제의 새 해법을 찾아내 학계를 놀라게 했다.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맞아 2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굿 윌 헌팅’의 스토리가 현실에서 벌어진 것.
17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택배 회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위젠춘(33)이 가(假)소수의 일종인 ‘카마이클 수(數)’를 증명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지난달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저장대학교 대학원 세미나에서 이를 발표했다.
기술훈련학교를 졸업한 후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며 일하고 있는 위씨는 틈나는 대로 수학문제를 풀다 8년 만에 해법을 찾았다. 그는 중국 저명 수학자들에게 자신의 해법을 편지로 써 보냈고, 마침내 차이톈신 저장대 수학과 교수로부터 답신을 받아 세미나에 초청된 것이다.
차이 교수는 위씨의 발견에 대해 “매우 창의적인 해법”이라며 “기존 해법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씨는 한 번도 수론(數論)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거나 고등 수학 수업을 듣지 못했다, 그가 가진 것은 타고난 재능과 숫자에 대한 극도의 세심함이 전부”라며 위씨의 발견을 자신의 다음 저서에서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사연이 알려진 후 한 비단 제조업체가 수학 공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도록 더 여유 있는 일자리를 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갑자기 유명해져 얼떨떨하다는 위씨는 CNN에 “난 이해가 느린 편이며, 수학문제를 푸는 데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숫자에 관심이 많았고 일을 하면서도 쉬는 시간엔 주로 수학 공부를 한다며,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기회에 매우 감사하다고 밝혔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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