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근한 압박 불구
대형사는 대규모 손실 우려 난감
대부업법 개정으로 올해 3월부터 시행된 법정 최고 대출금리(연 27.9%)를 이례적으로 기존 대출자에게도 소급 적용해 주는 중소 저축은행들이 차츰 늘고 있다.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기존 대출금이 많지 않은 터라 금융당국의 은근한 압박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반면, 업계 신용대출의 70%를 차지하는 대형 저축은행들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당국 말을 듣자니 대규모 손실이 우려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1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스타저축은행과 삼호저축은행은 올 3월 이후 대출자부터 적용되는 새 최고금리를 3월 이전 대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처음 소급 적용 방침을 밝혔던 모아, 대한, 인성, 키움, 페퍼, 한국투자 등 6개 저축은행 대열에 2곳이 추가로 합류한 셈이다. 벌써 전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10% 가량이 나선 만큼 업계에선 중소형사들의 추가 동참 행렬이 이어질 걸로 보고 있다.
사실 소급 적용은 법적 의무는 아니다. 올 3월 대부업법 개정 이전의 최고금리(연 34.9%)로 돈을 빌린 사람이 만기를 연장하거나 재약정을 맺지 않는 이상 기존 금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과 함께 저축은행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급 적용을 검토해달라”고 당부한 이후, 이전 최고금리 대출규모가 많지 않은 일부 중소형사들이 자의반 타의반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반면 대형 저축은행들은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SBI, OK, HK, 웰컴, JT친애, 현대 등 자산규모 1조원 이상 6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규모(5조2,000억원)는 저축은행 전체(7조8,000억원)의 3분의 2나 된다. 금리가 27.9%를 넘는 기존 대출이 그만큼 많아 소급 적용을 할 경우,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선 “검토 중”이란 입장을 밝히면서도 여전히 버티려는 분위기가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새 최고금리 소급 적용은 백화점이 세일기간이라고 예전에 물건을 사 간 고객에게까지 세일 폭만큼 환급해주라는 것과 같은, 경제논리상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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