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공무원의 말 한마디가 2,000만 달러(220억 원)의 투자유치를 불러왔다.
경기도 투자진흥과에서 일본어 통역과 투자유치 업무를 맡고 있는 유진(40) 주무관은 지난해 9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경기도 투자설명회에서 일본 ‘트라이텍스’사의 구와야마 히로아키(桑山裕章) 대표와 김철민 ㈜트라이텍스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트라이텍스는 트라이테크의 한국법인으로, 한국 투자지역을 물색하던 중이었다.
자동화설비 설계ㆍ제작업체인 트라이텍스는 그 동안 300만 달러 정도의 한국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미 2개 지자체로부터 퇴짜를 맞은 상태였다. 제조업체의 투자로는 너무 금액이 적다는 거였다. 외투단지 공장부지가 대기업 규모에 맞춰져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유 주무관은 그러나 이 회사 대표에게 “얼마를 투자할 거냐?”가 아닌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냐?”고 물었고, 여기에 감동 받은 구와야마 대표와 김 대표는 즉각 투자를 결정했다.
김 대표는 “투자를 한다는데 소액이라고 거절당해 충격을 받은 상태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도 투자설명회에 참가했다”면서 “그런데 얼마가 아닌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냐고 물은 게 처음이어서 구와야마 대표와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투자액은 당초 300만 달러에서 협상을 진행하면서 2,000만 달러로 늘었다. 김 대표의 설득과 구와야마 대표의 신뢰로 투자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와의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트라이텍스는 5월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트라이테크코리아 공장을 설립, 가동 중이며 향후 5년간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유 주무관은 “일본 대기업은 사실상 해외 진출이 끝난 상황이어서 일본 중소기업을 새로운 투자 유치 대상으로 봐야 한다”면서 “일본 중소기업은 최상의 ‘온리 원(Only one)’ 기술을 가진 곳이 많아 중소기업 맞춤형 인센티브제도를 만들어 유치하면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트라이텍스가 위치한 일본 아이치현 공업단지에 경기도는 중소기업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친절하게 도와준다는 입소문이 나 올 하반기 아이치현을 중심으로 투자유치설명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주무관은 2008년부터 3년6개월 동안 일본 나가사키현 국제과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부터 경기도에서 일하고 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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