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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Must be nice!’(좋겠네요!)

입력
2016.07.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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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Manhattan 거리에서 행인에게 ‘Excuse me, ma’am, do you have the time?’이라고 물었다. 상대방이 ‘Yeah, it’s time to get a watch.’라고 답했다. 대답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Excuse me, what is the time?’라고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비슷하다. ‘시계 하나를 사야 할 때’라고 해석하면 그 속뜻이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이런 응답은 교과서에서 접할 수 있는 대화의 방식과 크게 다르다. ‘Do you have the time?’이나 ‘Do you know what time it is?’ 혹은 ‘Can you tell me what time it is, please?’라고 물으면 ‘Sure, it’s 2 o’clock’ ‘Sure, it’s 11:30’으로 응답하는 것이 전통 대화법이다. 그런데 원어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방식이 줄고 있다고 한다. 시간을 물어오면 옛날처럼 ‘I’m sorry I don’t have my watch with me.’와 같이 응답해주는 사람이 적고, 최근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표현이 자주 쓰인다. 바로 ‘Time to get a watch’(그렇게 질문하지 마시고 시계 하나 사세요) 같이 귀찮다는 뜻의 냉소적인 응답. 이런 말을 듣고 이해가 되지 않아 화를 내며 ‘What the hell is a watch?’라고 되묻는다면, ‘I don’t know’의 퉁명스런 대꾸만 돌아온다.

이런 대화법은 50년 전만 해도 매우 드물었다. 주목할 것은 ‘응답 표현과 방법’이다. ‘Damn, I had such a huge steak dinner’라고 말하면 옆에서 ‘Must be nice! I ate chicken Ramen.’이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말하는 ‘Must be nice’는 줄여서 MBN으로 말하기도 한다. ‘좋았겠네요’라는 의미로 시작한 말인데 실제는 비꼬거나 ‘그래 너 잘났다’ ‘누구 약 오르게 하는 거냐’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직원이 ‘Can I take an extra day off this weekend?’라고 물으면 두 가지 응답이 나올 수 있다.

맘씨 좋은 상사는 ‘Oh, that sounds like a really nice vacation.’이나 ‘Well, good for you-you deserve some time off.’처럼 이제 좀 휴식을 취할 때라고 격려한다. 반면에 어떤 상사는 ‘Must be nice’라고 말하며 수동적으로 응답한다. 직역해 보면 ‘연휴를 즐기게 돼 좋겠군요’의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꼬는 뜻’(mean-spirited, friendly envious)이 더 강하고 속으로는 ‘I’m so jealous!’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고 있는데 지금 자랑하는 것이냐’는 뜻이 더 강하다. 이미 소개했던 대로 ‘Have a nice day’의 표현도 억양에 따라 ‘그래, 당신 잘 먹고 잘살아라’는 조롱으로 곧잘 쓰인다. ‘That must be nice’도 역시 직역된 의미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구어체에서는 이처럼 쉬운 표현이 이중, 삼중의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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