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릭 스텐손/사진=스텐손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헨릭 스텐손(40ㆍ스웨덴)이 스웨덴에 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안기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스텐손이 말하는 우승 비결은 '자기 믿음'이었다. 뒤에서 바짝 쫓아오는 필 미켈슨(46ㆍ미국)을 따돌리기 위해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라운딩이 필요했고 결국 코스 레코드 타이를 수립하며 치열한 명승부의 승자로 우뚝 섰다.
스텐손은 18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7,064야드)에서 끝난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45회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챔피언십에서 버디 10개와 보기 2개를 묶어 8언더파 63타를 몰아쳤다. 이는 대회 첫날 미켈슨이 세운 코스 레코드와 타이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가 된 스텐손은 마지막 날 역시 6언더파를 치며 맹추격한 미켈슨(17언더파 267타)을 3타 차로 따돌릴 수 있었다. 이로써 스텐손은 2013년 미켈슨에게 3타 뒤져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픔을 그대로 되갚으며 스웨덴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자에 등극했다.
우승 스코어 264타는 1993년 로열 세인트 조지에서 그렉 노먼(61ㆍ호주)이 세운 이 대회 종전 최저타(267타)를 3타나 경신했다. 또 언더파 기준으로 2000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타이거 우즈(41ㆍ미국)가 작성한 19언더파를 1타 앞섰다.
제이슨 데이(29ㆍ호주),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 등 톱랭커들이 일찌감치 우승 대열에서 탈락한 가운데 2,3위간 격차가 무려 11언더파로 벌어질 만큼 둘의 독주이자 자존심 싸움이 전개됐다. 이날 맞대결 구도를 두고 1타 차 대접전이 벌어진 지난 1977년 스코틀랜드 턴베리 에일사 코스의 톰 왓슨(67ㆍ미국)과 잭 니클러스(76ㆍ미국)이 떠올랐다고 할 만큼 두 40대 베테랑은 골프사에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손에 땀을 쥐던 박빙의 레이스는 스텐손이 8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14번홀(파3)을 기점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여세를 몬 그는 15번홀(파4)에서는 무려 12m나 되는 버디를 낚으며 2타 차 앞서갔다. 미켈슨이 16번홀(파5)에서 10m 남짓한 이글 퍼트를 아쉽게 놓치고 버디를 잡았지만 스텐손도 1.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뒤쫓는 자 미켈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명승부였다. 스텐손은 우승 후 미국 지상파 CBS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미켈슨이 포기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버디 찬스 때마다 계속 내 자신을 채찍질해야 했다"며 끝까지 미켈슨을 의식했음을 시인했다.
3년 전 같은 무대에서 미켈슨에 막혀 아쉬움을 곱씹었던 스텐손으로선 또 질 수 없다는 동기부여가 무엇보다 컸다. 평소 표정변화가 거의 없어 아이스맨이란 별명을 얻은 그는 "이번엔 내 차례라고 느꼈다"며 "이렇게 추가적으로 생긴 자기 믿음으로 인해 이번 주 내내 온 힘을 다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메이저대회를 거쳐간 모든 스웨덴 선수들에게 우승을 바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석패로 메이저대회 통산 준우승(우승 5회)만 11번을 기록하게 된 미켈슨은 이 부문 니클러스(준우승 19회)에 이은 역대 2위다. 미켈슨은 "6번홀 이후 둘만의 승부가 됐다"면서 "60타대 중반이면 될 줄 여겼는데 그보다 더 낮은 스코어가 나올 줄은 미처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 선수로는 김경태(30ㆍ신한금융그룹)가 공동 53위(7오버파 291타), 안병훈(25ㆍCJ그룹)은 공동 59위(9오버파 293타)에 머물렀다. 이수민(23ㆍCJ오쇼핑) 역시 공동 79위(18오버파 302타)로 부진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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