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표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18~34세 중 인쇄 매체로 뉴스를 보는 이들은 3% 수준이다. 온라인(74%)이나 소셜미디어(12%)와 견줘보면 민망한 수준이다.
해외 국가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6개 나라의 설문 결과 역시 18~34세 중 인쇄매체로 뉴스를 보는 비중은 6%에 불과했다.
종이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올드미디어’들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즈음엔 종이 매체의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KPF 디플로마-디지털 저널리즘 과정’의 일환으로 방문한 해외의 신문사들은 ‘미래의 독자’를 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감추고, 그들이 노는 곳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너희의 목표는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
1946년 설립한 독일의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 온라인’은 ‘제트(http://ze.tt)’라는 이름의 별도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이들이 목표로 삼은 독자층은 14~25세다. 신문은 물론 온라인 홈페이지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 연령대다.
이들의 눈길을 사로 잡기 위해 디 차이트가 택한 방식은 ‘독립’과 ‘자율’이다. 30세 이하의 젊은 기자 12명에게 독립된 공간을 주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만들어 봐라”는 식이다. 콘텐츠의 제약을 없애기 위해 디 차이트의 브랜드 역시 철저히 뒤로 숨겼다.
마틴 코티넥(Martin Kotynek) 디 차이트 온라인 부국장은 “12명의 기자들에게 전권을 주고 기사를 쓰도록 하고 있다”며 “이들의 목표가 있다면 기존의 기자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실험을 통해 기존 매체의 기자들을 자극하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얘기다.
독일의 최대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거 역시 유사한 방식을 택했다. 루돌프 포르쉬(Rudolf Porsch) 악셀 슈프링거 저널리즘 아카데미 교장은 “25세 이하 독자에게는 온라인 유료화 전략 등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16~25세 독자를 공략하기 위해 기존의 사이트 안에 ‘byou.de’라는 새 웹사이트를 만든 것이다. 그는 “이 사이트를 운영하며 느낀 점은 젊은층들이 텍스트 기사보다 동영상을 훨씬 많이 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WSJ을 읽는 사진을 보내줬다”
1020 세대들의 활동 무대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들도 있다. 미국에서 ‘10대들의 해방구’로 불릴 만큼 젊은 세대의 인기를 끌고 있는 채팅 앱 스냅챗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18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글로벌 에디터스 네트워크(GEN) 서밋’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채팅 플랫폼을 활용해 1020 세대에 접근해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스냅챗의 뉴스 서비스인 ‘디스커버’를 운영하는 카를라 자노니 에디터는 이 자리에서 “16세 소녀와 메시지를 주고 받다 ‘아버지는 WSJ를 보는데 자신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래서 아버지의 신문을 훔쳐 기사를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다음날 그녀는 WSJ 신문을 읽고 있는 ‘셀카’를 찍어 보내왔다.
그는 “채팅 메신저는 좀 더 젊은 독자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자 그들을 신문 같은 올드미디어에 친숙해질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냅챗의 디스커버에는 WSJ뿐 아니라 CNN과 버즈피드, ESPN 등 다양한 매체들이 파트너십을 체결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와 관점을 담아라”
올드미디어들이 이런 실험에 나서는 것은 마이크(Mic)나 버즈피드 등 젊은층을 타깃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신생 미디어들에게서 교훈을 얻은 측면이 있다. ‘젊은 세대를 위한 미디어’를 표방한 미국의 뉴스 스타트업 마이크는 구성원들의 평균 나이가 26세다.
GEN 서밋에서 ‘밀레니얼 독자를 위해 NYT는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한 마이크의 코리 하이크(Cory Haik)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밀레니얼 세대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들의 목소리와 관점을 담아라”고 조언했다. 무거운 이슈라 할 지라도 그들의 시선에서 접근하고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출신이기도 한 코리 하이크 마이크 CSO는 “최근에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젊은 남성 기자가 직접 에이즈 바이러스 테스트를 하는 모습을 방송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이런 시도는 기성 매체들이 하기 힘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엔나ㆍ베를린=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