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태권도가 일대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로컬 룰로 운영 중인 프로 태권도가 내년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주도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조정원(69) WTF 총재는 최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의 WTF 서울본부에서 본보와 만나“리우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연내 프로태권도재단을 설립해 내년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총재는 “스타가 없는 스포츠는 죽을 수밖에 없다. 태권도도 축구의 메시나 호날두 같은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내년부터 프로 대회를 시작해 2017년 무주세계선수권부터 새로운 경기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고 청사진을 공개했다.
재미있는 태권도를 모토로 한 프로화 추진은 해외 사범들 사이에서는 간간이 논의돼 왔다. 현재 멕시코 태권도의 대부 문대원(73) 관장이 2011년 창설한 ‘Tk-5’가 세계 유일의 태권도 프로 리그다. 지역별 대표선수 5명이 출전해 팀 대결을 벌이는 리그제로 선수 1명당 경기 시간이 1분이다. 복싱이나 이종격투기처럼 링 위에서 펼쳐지며 공간은 국제 규격보다 작고, 헤드기어도 쓰지 않는다.
WTF 주도의 공식 프로 태권도의 보급은 태권도사(史)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흥행의 필수 요소인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룰도 지금까지와는 한 차원 다른 대변혁이 예고되며 대회에는 상금이 걸리고, 선수에게는 스폰서가 참여할 수 있다. 조 총재는 “올림픽을 통해서 이름을 알리는 게 아니라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선수가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세계선수권대회의 참여도를 높일 다양한 국가간, 지역별 대회를 구상 중이다. 가령 프랑스와 영국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맞붙는 라이벌 국가간 A 매치인 셈이다. 조 총재는 “유라시아 10여개국이 참가하는 대회, 실크로드에 관련 있는 나라들만 모은 대회, 아프리카 동부ㆍ북부ㆍ남부 대회, 각종 친선대회 등 테마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조 총재는 “지금 세계선수권 출전국은 130여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내년 무주 세계선수권 때는 206개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도 소외되지 않도록 지역 대회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 태권도 도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전초전은 리우 올림픽이다. 이번 대회에선 강한 발차기와 주먹 공격만 점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전자호구의 감도를 조정했고, 헤드기어에도 센서를 부착했다. 또 런던올림픽에선 회전 공격으로 몸통을 치면 2점이었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3점으로 배점이 올라갔다. 회전 공격으로 얼굴을 때리면 4점이다. 얼굴 공격 한 방으로 전세를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다. 아울러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4각형이던 경기장 형태를 코너로 피할 수 없는 8각형으로 바꿨다. 관중들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선수 입장시 테마곡을 연주해 몰입도를 높이는 한편 하의에 한해 자국 국기 디자인을 반영한 컬러 도복을 입는 것도 허용했다.
조 총재는 “리우 올림픽보다 올림픽 이후가 더 중요하다. 벌써 연맹은 특별위원회를 꾸려 보다 재미있는 경기를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경기복을 더 개선할 것이다. 태권도장 경기복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복이다. 선수들이 운동하는데 불편함을 없애고, 시각적으로도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비디오 리플레이 요청도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관중들에게도 슬로 비디오 화면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4년 6월 WTF총재에 취임해 네 번째 올림픽을 앞둔 조 총재는 “태권도가 공정해졌다. 더 이상 한국이 메달을 휩쓸어가는 종목이 아니라 국제적인 스포츠가 됐다”면서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느냐가 올림픽 스포츠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하다. WTF는 리우 올림픽을 역대 가장 공정한 대회로 치르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태권도의 수장으로 12년을 이끌어온 그가 가장 보람으로 느끼는 일은 태권도 박애재단 설립과 장애인 올림픽 정식 종목 포함이다. 조 총재는 “평화봉사 재단 법인을 만들어 스포츠 외적인 저변확대와 인류사회에 기여한 건 다른 종목에서 흉내 낼 수가 없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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