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철회 유권자ㆍ전문가 등
인터뷰 통해 패인 7가지 정리
靑 책임 등 의혹엔 두루뭉술
당내서도 “대안 부족” 지적
새누리당이 4ㆍ13 총선 참패의 원인을 담은 백서를 공개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의 독단과 청와대의 책임론도 일부 거론했으나, 사상 최악의 ‘보복 공천’이라는 오명을 안긴 친박계 전횡의 실상은 담기지 않았다. 계파를 의식해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가다 보니 내부에서조차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과 관련한 백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백서’라는 이름을 붙여 새누리당이 17일 공개한 백서는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 전문가, 당직자, 공천 경선 참가자, 출입기자 등으로 나눠 총선 패배 원인과 대안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그 내용을 엮은 책이다.
백서는 이들이 진단한 총선 참패의 원인을 ▦계파 갈등 ▦불통 ▦자만 ▦무능 ▦공감 부재 ▦거짓쇼 ▦선거구도의 7개로 정리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당에 등을 돌렸거나 아예 투표하지 않은 20~50대 유권자들을 표적집단면접조사(FGI)한 결과를 보면, 이들은 새누리당의 패배 이유로 청와대를 주요하게 꼽았다. “청와대 책임이 가장 크다. 계파 갈등만 불러일으켰고 아부하는 의원들만 살아남았다”(부산ㆍ경남 45~59세 남성), “대통령의 독단적인 통치 스타일은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다”(부산ㆍ경남 30~44세 남성), “계파 갈등의 책임도 청와대에 있다”(수도권 20~30대 여성) 등이 대표적이다.
200여명의 중앙당과 시ㆍ도당 사무처 당직자 중 35명이 참여한 심층 설문조사에서도 당을 향해 “국민 목소리에 귀 닫은 청와대 바라기” “청와대의 국회 출장소” 등의 쓴소리가 나왔다. 각 분야의 명망가 12명이 참여한 인터뷰에선 한나라당 시절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붙잡고 엉켜있는 한 다음 대선은 어렵다”며 “대통령은 결국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관위 구성 과정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계파 갈등, 공관위의 의사결정 과정, 김무성 전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방관과 엇박자, ‘진박 마케팅’ 전말, 청와대 개입 여부 등 핵심 의혹은 빠져 과연 ‘백서’라는 이름에 걸맞으냐는 비판도 나왔다. 사무처 관계자는 “공천 실상을 알 수 있는 공관위 회의록 등은 당시 공관위가 비공개하기로 의결해 담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적 책임론과 관련해서도 백서에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독단이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서울소재 대학 정치학과 교수의 의견으로만 언급됐다.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모두 알고 있는 참패의 원인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당 대표가 되면 진실을 담은 백서를 재발간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비박계 주자인 김용태 의원도 “국민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막장공천’의 책임을 이미 친박이 버린 카드인 이한구 한 사람에게 지우고 친박 패권이라는 구조적 배후와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반면 범친박계 주자인 이주영 의원은 “총선 패배의 원인은 어느 특정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백서와 관련해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백서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게 아니라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해 미래로 전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이 어려워진 원인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간된 291쪽 분량의 백서는 오는 19일부터 온ㆍ오프라인 서점에서도 권당 1만5,000원에 판매한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