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민심 사전 설득 없이 설명회 전날 갑자기 방문 결정
경찰 정보 라인도 판단 착오… 사복 경찰만 일부 배치 역부족
“외부세력 개입 정황 포착” 수사전담반 구성… 채증 분석
15일 경북 성주군에서 발생한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한 폭력사태는 총리실과 경찰의 부실 대응이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성주의 들끓는 민심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동선 확보 등 기본적인 경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아 사실상 총리 감금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주민설명회 분위기는 시작부터 험악하게 흘렀다. 오전 11시 황 총리가 성주군청에 모습을 드러내자 달걀과 물병 투척이 시작됐고, 일부는 단상 진입을 시도했다. 50여분 뒤 군민 500여명은 트랙터 등을 동원해 현장을 떠나려는 총리 일행을 가로막았다. 경찰이 오후 5시30분 이동로를 확보하기까지 황 총리는 상의가 찢기고 조희현 경북경찰청장은 물병에 이마를 맞아 3cm 가량 찢어지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우선 경호 실패 원인으로 총리실 책임론이 거론된다. 17일 총리실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행사 당일 성주군청에 사복경찰만 일부 배치하고 기동대 경력 600여명은 현장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대기시켰는데, 이런 ‘저강도 경호’는 정부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최대한 자극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주민들을 설득하려 경호를 세게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 총리의 성주행(行)이 행사 전날 밤 갑자기 결정된 탓에 총리실과 경찰의 유기적 협조 체계도 가동되지 않았다. 총리 경호는 보통 경감급을 팀장으로 한 5,6명의 경찰 경호팀(충남청 소속)이 담당하는데 이번에는 경북청 경비교통과와 협의를 거쳤을 뿐이다. 때문에 경찰청 경호과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총리 감금 가능성이 알려지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경호 강화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또 중ㆍ고교생들까지 조퇴를 하고 설명회장에 모일 정도로 요동친 성주 민심을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경찰 정보라인도 상황을 오판해 제대로 된 보고가 수뇌부에 전달되지 않았다.
경찰은 경북청에 25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반을 꾸려 불법시위 주동자들을 전원 검거할 방침이다. 경찰은 특히 폭력사태에 외부세력이 개입해 주민들을 선동한 정황을 포착하고 채증 영상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말씨가 다른 집회 참석자들이 달걀 투척 등을 유도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상태”라며 “다수가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면 형법상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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