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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에겐 금계탕

입력
2016.07.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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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계탕 평균 1만3500원

자식들 만나야 먹는 특식으로

“유통업체 폭리 구조 개선해야”

초복인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집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초복인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집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초복(初伏)인 17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동대문구 A삼계탕은 점심시간 전임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복날을 맞아 가족단위의 나들이객이 몸보신을 위해 30년 전통의 맛집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북적대는 무리 속에 나이 지긋한 손님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업소에서 7년간 일했다는 종업원 김모(43ㆍ여)씨는 “가게가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풍물시장 바로 옆에 있어 노인층이 주 고객이었는데 올해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기성세대에게 복날은 아직까지 보양의 의미가 강하다. 이들은 복날을 고기 한 점 귀했던 시대에 보양식을 먹으며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는 일종의 의식처럼 생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삼계탕 값이 치솟으면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노인들에게 몸보신은 그림의 떡이 됐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3,500원. 이름 깨나 알려진 삼계탕집은 1만5,000원을 훨씬 웃돈다. 5년 전인 2010년(1만2,000원)과 비교해도 12.5%나 올랐다. 실제로 노인들은 치솟는 삼계탕 값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정모(81)씨는 “1만3,000원짜리 삼계탕을 먹을 돈이면 복지관에서 2,500원짜리 점심을 네 끼는 먹을 수 있다”며 “끼니 때우기도 버거운 우리에게 삼계탕 한 그릇은 사치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모(77ㆍ여)씨도 “10년 전엔 1만원으로 삼계탕을 먹고도 남았는데 지금은 너무 비싸 아들 가족을 만나야 먹는 특식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고모(62ㆍ여)씨는 “어르신들 상대로 장사를 해 가격을 1만원으로 내렸으나 그것도 부담이 되는지 대부분 7,000원짜리 반계탕을 선택한다”고 전했다.

초복을 이틀 앞둔 15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북교회 식당에서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과 교직원들이 지역 어르신과 장애인 등 600여 명을 초청해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한방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다. 뉴시스
초복을 이틀 앞둔 15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북교회 식당에서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과 교직원들이 지역 어르신과 장애인 등 600여 명을 초청해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한방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다. 뉴시스

생닭 원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3,000원에 머물러 있지만 유독 삼계탕 가격만 올랐다는 점이 문제다. 음식점들은 인건비 및 임대료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서울 종로구 B삼계탕 매니저 이모(45)씨는 “삼계탕에는 여러 약재가 들어가고, 물가도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마진을 생각하면 이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구 C삼계탕 주인 유모(42ㆍ여)씨도 “복날 즈음엔 생닭 가격이 반짝 상승하는데다 종업원도 더 필요해 많이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닭 유통마진이 50%에 달하는 만큼 중간 유통구조를 개선하면 가격 거품을 없앨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2013년 조사 당시 삼계탕 가격 인상폭이 임대료ㆍ인건비를 포함한 원가인상폭의 두 배로 나타났다”며 “유통업체가 폭리를 취하는 구조만 개선하면 가격을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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