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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포켓몬 고, 한국이 못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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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포켓몬 고, 한국이 못 만든 이유

입력
2016.07.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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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속초해수욕장에서 실행된 포켓몬 고 게임에 등장한 포켓몬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지난 14일 속초해수욕장에서 실행된 포켓몬 고 게임에 등장한 포켓몬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14일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주인공 복장을 한 방문객들이 강원 속초시 엑스포 공원에서 ‘포켓몬 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뉴스1
14일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주인공 복장을 한 방문객들이 강원 속초시 엑스포 공원에서 ‘포켓몬 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뉴스1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ㆍ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실제 배경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게임 ‘포켓몬 고’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닌텐도와 나이앤틱랩스가 공동 개발한 이 게임은 스마트폰을 들고 현실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화면 속에 등장하는 포켓몬을 잡고 키우는 놀이다. 지난 6일 미국과 호주에서 처음 출시되자마자 곧바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 장터 1위에 올랐다. 게임에 정신이 팔려 교통사고가 잇따를 정도로 몰입도가 높다. 정식 서비스가 안 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00만명 이상이 내려 받기를 했다. 강원 속초시와 양구군 등 지역 구분상 틈새로 게임이 가능한 곳은 전국에서 몰려 온 2030세대들로 깜짝 특수도 누리고 있다. 가장 대박이 난 곳은 닌텐도다. 주가가 일주일 새 2배로 뛰면서 시가 총액이 무려 20조원이나 늘어났다.

지난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이어 또 다시 ‘고’자로 끝나는 ‘포켓몬 고’ 광풍에 우리나라는 왜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을 만들지 못하느냐는 비판과 푸념도 나온다.

그러나 ‘게임 강국’ 한국이 포켓몬 고를 먼저 제작할 수 없었던 것은 우리 스스로 초래한 결과다. 우리는 사실 게임 산업을 키우기보다는 옥죄고 있다.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는 편협한 시각도 적잖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이하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차단(셧다운제)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2012년 프랑스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 참가한 이승현(당시 15세) 선수가 우리 시간으로 자정이 다가오자 “앗, 셧다운제 당하는데”라며 시간에 쫓기다 패배한 일화는 씁쓸하다. 이 선수는 2년 후 미국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월드챔피언십시리즈 결승전에서는 우승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도 14세 이하 체스 세계 랭킹 2위에 오를 정도로 체스 신동이자 게임광이었다. 그는 테마파크와 블랙앤화이트 등 게임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알파고도 당초 게임에서 잉태된 셈이다.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게임광을 마약 중독자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알코올, 인터넷, 도박, 마약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했다. 과도한 인터넷 중독의 폐해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 미래 먹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터넷을 죄악으로 모는 것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꼰대 규제’다.

일부 전문가는 게임 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결국 게임 업체들이 ‘권력’을 찾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포켓몬 고 광풍에 전 세계가 들썩이던 지난 13일 국내 최대 게임 업체 넥슨의 창업주가 검찰에 소환된 장면은 대조적인 국내외 게임 산업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한국 게임 산업이 사회적 편견과 과도한 규제 속에 정체된 사이 중국 게임 산업은 어느새 우리를 추월해 글로벌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으로 유명한 텐센트(텅쉰ㆍ騰訊)는 지난달 핀란드 게임 개발사 슈퍼셀을 86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했다.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 등으로 지난해 매출 2조7,500억원을 기록한 강소기업이다. 국내 업체 넷마블게임즈와 카카오의 3대 주주이기도 한 텐센트는 이미 전 세계 게임 시장 매출 중 13%를 차지하는 회사로 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색안경에 주눅이 든 게임 개발 핵심 엔지니어들은 중국 업체들이 3~5배 연봉을 약속하면 미련 없이 조국을 떠난다”고 토로했다. 알파고에 이은 포켓몬 고 광풍이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꿔주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박일근 산업부장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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