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말 한 필 선물 받아
몽골을 공식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5조원(44억9,000만달러) 규모의 몽골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논의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한ㆍ몽골 EPA 추진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격인 공동 연구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시작한 뒤, 연구가 마무리되면 본격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본격 협상은 이르면 내년 말에 시작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보호무역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유무역 드라이브를 건다는 의미”라며 “지난 달 몽골과 EPA를 맺은 일본의 자동차ㆍ전자ㆍ식품 기업들이 몽골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차단하고, 세계 10대 자원 부국인 몽골의 천연자원 수입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과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북한 문제 해결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확고한 북한 비핵화 입장을 토대로 한반도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북핵 불용과 한반도 평화안정 지지 입장을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화답했다. 몽골은 남ㆍ북한과 모두 수교했으며,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2013년 북한 김일성대학을 방문해 “어떠한 독재도 영원할 수 없다”고 김정은 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었다.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몽골 발전소ㆍ송전망 등 전력 인프라 사업(3조645억원)과 수도 울란바토르 도시개발 사업(9,534억원) 신재생 에너지 사업(4,313억원) 등을 우리 기업들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양국은 또 몽골 고비사막에 숲을 넓히고 울란바토르 주변에 숲을 만드는 사업을 함께 하기로 했다. 고비사막은 봄과 여름에 우리나라로 몰려 오는 황사가 시작되는 곳이다.
한편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15,16일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50여개국 정상과 각료들에게 말 한 필씩을 선물했다. 귀한 손님에게 말을 선물하는 것은 몽골의 전통이다. 박 대통령이 선물 받은 말을 청와대는 몽골 정부에 맡기기로 했다. 대통령 전용기에 실어 국내로 수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몽골 정부는 외국 정상이 선물 받은 뒤 두고 간 말을 비용을 받고 키워 주는 특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명박ㆍ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 등도 이 농장에 말을 맡겼다.
울란바토르=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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