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간단한 의사소통조차 어려워
주민과도 평소 접촉 없어 수사 난항
지적 장애인 축사 강제노역을 수사 중인 청주 청원경찰서는 17일 강제노역 경위 확인에 나서는 한편 인신매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고 모(47)씨가 지적장애인으로 진술능력이 떨어져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5일 오창 축사에서 19년 간 강제노역에 시달린 고 모(47)씨를 대상으로 피해자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건과 관련한 진술을 전혀 받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애초 고 씨의 피해자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고씨는 의사소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인 데다 장기간 외부와 단절된 채 노역만 한 탓에 간단한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는 1997년부터 19년 간 악취가 진동하는 오창 축사 옆 숙소에서 생활하며 온 종일 중노동에 시달렸다. 강제노역을 시킨 축사 주인 김모(68)씨는 고 씨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임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또 주민들로부터 “밥을 주지 않고 폭행하는 등 학대행위가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김 씨를 강도 높게 추궁했다. 하지만 김 씨는 경찰에서 “고 씨에게 임금을 주지 않았지만 일을 강제로 시킨 적은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은 19년 전 고 씨를 김 씨에게 데려다 준 소 중개인이 10년 전 교통사고로 숨져 고 씨의 노역 경위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숨진 소 중개인 가족 및 주변 사람, 오창 축사 주변 주민 등을 대상으로 고 씨가 일하게 된 경위와 학대 여부를 면밀히 확인할 예정이다. 또 소 중개인들을 상대로 축사에 인부를 소개시켜주는 관행이 있는지, 이 과정에서 금전거래도 있는지 등을 탐문할 예정이다.
경찰은 일손이 부족한 농촌 사정에 기인한 인신매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김 씨는 경찰에서 “소 중개인에게 인부를 구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고 인신매매 등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단서는 나온 게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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