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들의 윤리적 규범 실천
협력사 3300곳 ‘정도경영’ 혜택
대기업 첫 ‘상생 서포터즈’ 참여
스타트업ㆍ벤처 위해 100억 출연
지난 2월 KT의 A 본부장 사무실에는 설 명절을 앞두고 과일, 한과 등 선물세트 9개가 쌓였다. A 본부장은 고민했다.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되는데 본인도 모르게 배달돼 온 선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내 ‘클린-365 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센터는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반송하려 했지만 이번엔 선물을 보낸 사람이 거부했다. 결국 이 선물들은 B아동센터에 기부됐다.
KT는 2014년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면서 ‘정도경영’을 ‘1등 KT’,‘고객 최우선’, ‘싱글 KT’(계열사, 부서 등이 모두 한 몸이라는 뜻)와 더불어 4대 핵심가치로 정했다. 핵심가치가 조직 내부에서 바람직한 행동을 제시하는 기본 규범이라는 측면에서 정도경영은 KT그룹 구성원들에게 내재화한 양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KT 임직원의 부정, 부조리 행위에 대한 감시망으로는 윤리위반 신고제가 가동되고 있다. KT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 고객, 주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금품 및 향응 수수, 부당한 압력 행사, 정보 유출 등 윤리경영 위반사항을 제보 받는 시스템이다. KT 관계자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제보자와 제보 내용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공무원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직원의 올바른 의사결정과 윤리적 판단을 위해서는 이런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명분이 더 강했다. KT와 거래하는 협력사는 줄잡아 3,300여곳. 정도경영은 비용절감으로 고객들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였다.
KT는 정도경영을 위해 윤리의식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관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2014년부터 전 부서장이 직원을 대상으로 매월 윤리경영 개념, 체계, KT의 윤리경영 현황을 교육한다. 또 사내 온ㆍ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임직원들이 상시적으로 윤리경영 교육을 듣게 했다. 전 직원이 필수적으로 이수하고 있는 ‘컴플라이언스 이러닝 윤리경영’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KT는 지난 2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가 주최한 ‘페어 플레이 서약식’에 60여개 기업 중 유일하게 그룹 차원에서 동참했다. 이 행사는 세계은행과 지멘스 청렴성 이니셔티브의 세계 24개 반부패 브로젝트 중 하나다. KT 관계자는 “KT는 2008년 UNGC에 가입한 이래 반부패, 인권, 노동, 환경 등 4대 영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매년 통합 보고서를 발간해 사회적 책임의 실천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감시하는 눈은 매섭지만 KT는 상생을 위한 선물 보따리는 푸짐하게 전달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상생 서포터즈 청년ㆍ창업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중기청, 동반성장위원회와 협약을 맺었다. KT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상생 서포터즈는 정부와 대기업, 공기업, 중견기업이 공동으로 재원을 조성해 역량 있는 신생창업기업(스타트업)과 우수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핵심 파트너로 성장시키는 사업이다. 협약에 따라 KT는 올해 5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30억원, 2018년 20억원 등 3년간 총 100억원을 출연한다. 중기청 지원예산 100억원을 합치면 총 200억원 규모의 재원이 조성되는 만큼 국내 우수 기업의 해외 진출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전망이다.
KT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한국형 히든 챔피언인 ‘K-챔프(Champ)’ 육성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상하이,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6 등에서는 KT 전시관 안에 별도로 ‘K-Champ’ 전시공간을 마련해 규모는 작지만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에게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보육기업에 해외 전시 참여기회뿐 아니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사무실 제공은 물론 기업별 맞춤형 홍보, 일대일 멘토링, 투자유치 연계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KT 임원급 이상이 참여하는 ‘멘토링 데이’는 스타트업에게 동기 부여와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KT의 지원에 힘입어 1기 보육기업인 홍채인식 솔루션 업체 ‘이리언스’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국경 출입국 사업 관련 업무협약(MOUㆍ단기 50만달러, 장기 1,000만달러 규모)을 맺는 성과를 냈다. 귀에 끼워 통화할 수 있는 이어셋을 개발한 ‘해보라’는 미국 소셜 클라우딩 서비스 ‘킥스타터’를 통해 27시간 만에 투자 목표액 5만달러를 넘겨 총 75만달러 투자를 유치, 화제가 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KT와 협력업체, 스타트업이 모여 사업간 경계를 초월해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사업화 방안을 토의하는 ‘라운드 테이블 포(for) 컨버전스’, 협력사의 기술을 소개하고 신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파트너스 페어’ 등 협력업체를 위한 프로그램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며“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 상생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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