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후배 집 화단에서 오전 내내 일했다. 화단을 정리해줄 사람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흔쾌히 그러겠노라 했는데, 예상 외로 보수가 괜찮은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내가 거들게 되었던 것. 여름 내내 울창해진 나무를 손질하고 악취를 풍기는 퇴적물을 긁어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거창하게 생긴 전지가위는 몇 번 쓰기도 전에 살갗을 벗겨냈고, 높은 습도는 초반부터 사람을 지키게 했다. 죽은 나뭇가지를 일일이 잘라내야 했는데, 그 또한 쉽지 않았다. 나는 잘라내야 할 나뭇가지를 이기지 못해 대롱대롱 매달려 있곤 했다. 벗겨진 살갗은 화끈댔고, 땀이 비 오듯 했다. 겁 없이 시작한 그 일을 영원히 끝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 쌓인 일을 하나하나 하다 보니 조금씩 끝이 보였다. 하나씩 하나씩이야말로 일할 때의 중요한 마음자세임을 알았다. 마지막엔 그곳에서 죽은 까치와 고양이의 사체를 수습해 땅에 묻었다. 그것들이 악취의 원인이었다. 한때는 살아서 날고 뛰던 그 생명들을 흙 속에 눕히자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해 보였다. 우리는 흙을 재단사처럼 덮고 발로 꼭꼭 밟으며 여러 번 덧입혔다. 머릿속에서는 ‘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 앞이 저승’이라는 가락이 울려퍼졌다. 한 사람은 불교식으로, 한 사람은 가톨릭 식으로 기도하는 것을 보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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