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에 빠져 어머니와 낯선 행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김양섭)는 존속살해미수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모(31)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의 동생 집에서 어머니 지모(63)씨와 길거리에서 마주친 화물차 기사 최모(53)씨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사람들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조현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사건 당일에도 두 사람이 자신을 감시한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씨에게 “나를 (집에서) 내보내주든지 당신이 죽든지 결판을 내자”고 말한 뒤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가슴을 향해 휘둘렀고, 현관문 쪽으로 도망가는 어머니를 쫓아가 등을 2차례 찔렀다. 지씨를 따라 집 밖으로 나온 김씨는 길가에 화물차를 주차하던 최씨와 마주치자 “너도 똑 같은 놈이다”라고 소리치며 흉기로 최씨의 팔과 가슴을 찔렀다. 두 사람이 필사적으로 달아난 덕분에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검찰 수사결과 김씨는 목사인 아버지와 목회활동을 하는 어머니와 살던 중 종교에 대한 회의감과 사회생활 부적응 등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조현병 증세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는 조현병 치료를 이유로 자신에게 소금을 뿌리고 기도를 해주던 부모에 강한 반감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김씨는 가족 윤리를 무너뜨리고 피해자들에게 큰 상해를 남기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다만 김씨가 정신장애로 심신미약 상태인데다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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