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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조성진과 일사불란한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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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조성진과 일사불란한 팬들

입력
2016.07.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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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우려했던 사고는 없었다. 과격한 누나부대도 없었다.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협연에서는 2월 쇼팽국제콩쿠르 입상자 갈라콘서트 때의 들뜨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팬들은 조용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음반사가 공연 막판까지 고려했던 ‘깜짝 사인회’는 안전사고를 우려해 ‘사인 앨범’ 판매로 대체했다.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2,400석이 매진된 이 공연은 조성진이 출연하지 않는 2부의 ‘빈 객석 블록’으로 인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 정도였다.

조성진 출연으로 암표가 등장, 예매자 관련 정보 확인 절차가 늘어나며 서울시향은 매표소를 공연시작 1시간 30분 전에 개장했다. 예매처별 안내 표시판도 처음 등장했다. 서울시향
조성진 출연으로 암표가 등장, 예매자 관련 정보 확인 절차가 늘어나며 서울시향은 매표소를 공연시작 1시간 30분 전에 개장했다. 예매처별 안내 표시판도 처음 등장했다. 서울시향

사고 날까… 미리 출동한 팬들

저녁 8시 공연을 앞두고 서울시향은 6시30분부터 매표소 문을 열었다. 티켓 재판매 사이트 ‘티켓베이’에 이날 공연 티켓이 15만∼35만 원에 올라왔던 터였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암표가 기승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례적으로 티켓 수령 시 예매자명, 예매번호, 연락처, 예매자 정보까지 살핀다는 공고를 냈다. 티켓 확인 절차가 길어질까 우려해 매표소 앞에 예매처별 안내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로 수 차례 공지를 받은 관람객들도 평소보다 일찍 콘서트장을 찾으며 공연시작 5분전 도착한 관람객들도 여유있게 티켓을 배부받고 입장했다.

예술의전당 측은 평소의 2배 경비인력(8명)을 배치했지만 우려했던 안전사고나 극성팬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2월 갈라콘서트로 쇼팽 콩쿠르 이후 조성진의 실황연주를 접한 팬이 많은데다 갈라콘서트에 비해 전체적으로 높아진 관객 연령층도 한 몫 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정기공연은 서울시향 회원의 패키지 구매, 일반 구매자 순으로 판매된다. 15일 정기공연은 서울시향 회원 대상 티켓오픈 때 이미 90%가 판매된 후 일반 구매자에게 오픈됐다. 연말 ‘베토벤 합창’ 연주회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1년 3만원 이상 연회비를 내면 가입되는 서울시향 회원은 40대 이상 중장년이 주를 이루고, 그 중에서도 50대 관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째 서울시향 회원”이라고 밝힌 최모(73)씨는 “2009년 조성진이 서울시향과 첫 협연했을 때부터 여러 차례 협연을 지켜봐왔다. 이번에 얼마나 성장했나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을 보기 위해 온 관객들로 콘서트홀 로비가 꽉 찼다. 우려했던 안전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을 보기 위해 온 관객들로 콘서트홀 로비가 꽉 찼다. 우려했던 안전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팬들은 다만, 조성진 관련 상품을 맹렬히 소비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드러냈다. 매표소 개장과 거의 동시에 판매한 조성진 사인 음반(도이치그라모폰 발매) 157장이 순식간에 팔렸고, 조성진의 사인이 ‘복사’된 연필, 오선노트 등이 담긴 MD패키지 300개도 판매 1시간이 되지 않아 완판됐다. 서울시향이 준비한 프로그램 북 330부도 당연히 다 팔렸다. 평소 서울시향 정기공연 때 팔린 프로그램북의 2배 수준이다.

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개성적인 해석 선보인 조성진

이날 조성진은 담담한 얼굴로 객석을 향해 넙죽 인사한 후 지휘자 얀 파스칼 토틀리에와 바로 사인을 주고받고 연주에 들어갔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악장 도입부를 강렬하게 시작한 그는 다소 빠른 템포로 특유의 정확하고 유려한 연주를 이어갔다.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수십 차례 선보인 피아노 연주는 농익었지만, 오케스트라가 빨리 앞서 나가는 조성진의 연주를 뒤따라가며 받쳐주는 모습이 두어 번 연출돼 아쉬움을 주었다. 2,3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와 안정적인 호흡을 찾으며 자연스럽고 흡입력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앙코르로 선보인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5번 ‘사라방드’는 매끄럽고도 차분하게 해석, 연주력과 스타성을 입증했다.

“2월 공연을 아쉽게 놓쳐서 패키지 공연 예매로 이 티켓을 구했다”는 이은지(25)씨는 “조성진의 해외 연주 실황이 인터넷에 뜨면 밤을 세면서 봤다. 세계적인 한국인 공연자 실황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표를 못 구해 지인에게 부탁해 겨우 합창석을 구했다”는 최미연(39)씨는 “피아노 소리가 예상보다 많이 묻혀 아쉬웠지만 기대했던 수준 이상의 연주였다. 지휘자와 호흡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일부 팬들은 로비에 서서 연주 중계를 시청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티켓을 미리 구하지 못한 팬들이 로비에서 조성진 연주 중계를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티켓을 미리 구하지 못한 팬들이 로비에서 조성진 연주 중계를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조성진 연주보다 큰 박수 쏟아진 차이콥스키 4번

1부 연주가 끝나자 평상시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때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2부 공연에서는 곳곳에 블록을 형성한 빈 객석이 눈에 띄었지만 평소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의 유료 객석 점유율 (2014년 기준 92.9%)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2부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연주에서 서울시향은 지휘자 얀 파스칼 토틀리에의 안정적인 지휘 아래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소리를 선보였다. 팡파르로 시작하는 이 매력적인 곡은 객원 연주자 에르뱅 줄랭(호른), 마리누스 콤스트(팀파니)가 중심축을 잡으며 절도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지휘자 얀은 1악장 연주 직후 객원 악장 아모리 코이톡스의 바이올린 줄이 끊어져 중간에 교체하는 과정에서 악장의 바이올린을 들고 퍼포먼스를 취하는 등 팬서비스도 선사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4악장은 정 전 감독 시절 서울시향이 정기연주회 등에서 앙코르로 자주 연주했던 곡으로 이날 시향 연주에서 이에 대한 향수가 짙게 깔리기도 했다. 빈 객석에도 불구하고 관객 반응은 1부 공연보다 더 크고 적극적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큰 함성으로 환호한 객석은 1부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시향을 응원했다. 서울시향과 정 전 감독은 8월18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으로 8개월 만에 다시 만난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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