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같은 아파트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단독주택은 일종의 로망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마당이 딸린, 그림 같은 나만의 집’에 사는 걸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꾼다. 국민 10명 중 4명이 미래에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고 답(국토연구원 2014년 설문)할 정도다.
그러나 집을 짓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로망은 만만찮은 현실이 된다. 땅 구입에서부터 예산 책정, 주택 유형 선정, 설계, 공법까지 골치 아픈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지레 겁을 먹고 구상단계에서 내 집 짓기를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나만의 집 짓기 노하우를 살펴봤다.
땅 어떻게 구할까?
집 짓기 출발점은 토지 확보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LH가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공급하는 단독주택용지 분양에 뛰어드는 것이다. LH의 토지 청약 시스템을 통해 청약하면 된다. 아파트 분양과 달리 별도 청약통장은 필요 없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도 신청할 수 있다. 단, 청약은 1인 1필지만 가능하다. LH 토지의 가장 큰 매력은 상하수도ㆍ가스ㆍ전기 등 기반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또한 택지지구에 아파트 단지나 각종 상업시설 등이 함께 개발되기 때문에 생활 편의시설로부터 ‘고립’될 위험도 없다. 단, 100% 추첨 방식이기 때문에 분양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개별 필지당 면적이 대부분 300㎡ 이상이다. 최초 분양가는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위례신도시와 같은 인기 지역에서는 최초 분양가가 8억~10억원에 달하는 반면 김포 한강신도시 등에서는 2억~4억원 수준에 공급된다.
민간 개발 택지를 분양 받는 방법도 있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판교 등 수도권 일대에는 전문 시행사들이 기존 임야 등을 ‘단독주택을 위한 땅’으로 개발, 인허가 절차까지 마친 후 일반에 분양하는 택지들이 많다. LH 용지와 마찬가지로 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 소형ㆍ중형ㆍ대형 등 건축주가 원하는 단독주택 규모에 맞는 필지를 선택해서 분양 받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LH 용지에 비해 분양가 또한 비교적 저렴하다. 용인시 일부 지역의 경우 3.3㎡당 토지 분양가가 150만~200만원이다. 다만 서울 지역 출퇴근 등 교통상 불편함은 다소 감수해야 한다. 상업ㆍ교육 등 각종 편의시설도 LH 택지지구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진다. 이영주 스마트하우스 대표는 “330㎡ 토지에 전용 115㎡ 규모의 2층 단독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토지 비용(1억5,000만~2억원)에 건축비(1억~1억5,000만원)를 합해 평균 4억원의 서울 아파트 전셋값으로 나만의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 직장이 있다면 도심 내 전용 33~66㎡ 규모의 자투리 땅을 직접 매입해 3~4층 높이의 ‘협소주택’을 짓는 방법도 있다. 삼각형, 육각형 등 모난 모양의 자투리 땅은 네모 반듯한 일반 대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통상 3.3㎡당 1,000만~2,000만원 수준이다. 뉴타운 등 재정비 촉진지구에서 해제된 곳에 ‘알짜’ 자투리 땅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건축 관계자는 “최근에는 건축공법이 발달해 경사가 지거나 계단형인 자투리 땅에도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투리 땅 구입에 앞서 각종 건축 규제는 ‘필히’ 따져봐야 한다. 구입하려는 토지에 대한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을 구청에서 발급 받아, 해당 토지의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 면적의 비율)과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지상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건폐율과 용적률에 따라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조권(인접 건물에 일정량의 햇빛이 들도록 보장하는 권리)도 주의해야 한다. 일조권 문제로 4층까지 건물을 올리지 못 할 수도 있다. 토지 매입 전에 건축가의 조언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집 어떻게 짓지?
땅을 구했다면, 주택 유형을 정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철근 콘크리트 주택이다. 내구성, 방음, 내화성, 단열, 미관 등의 측면에서 모두 기본 이상의 점수를 받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선택할 시공업체 수도 많다. 비용은 3.3㎡당 500만~600만원 수준이며 공사기간은 5~6개월 정도 소요된다. 김남윤 꿈에하우징 대표는 “매년 전국에서 단독주택 5만 가구가 건축 허가를 받는 데 이중 70%가 콘크리트 주택”이라며 “무난한 건축물이긴 하지만 습도조절 능력이 떨어져 노년층이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콘크리트 대신 목조 주택을 선호하는 건축주도 많아지는 추세다. 그 자체가 단열재인 목재를 기반으로 집을 짓기 때문에 겨울철 콘크리트에 비해 4~6배 가량 실내가 따뜻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벽체가 얇아 내부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할 수 있다. 공사 기간은 3~4개월로 짧은 편이다. 건축비용은 3.3㎡당 400만~500만원 선이다. 다만 하중 문제 때문에 특별한 보강 없이는 3층을 초과해 주택을 짓기는 힘들다.
현대적인 공법을 가미한 신(新) 한옥 또한 새로운 건축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목재와 목재 사이 사이에 단열재를 보강하고, 흙 대신 우레탄과 유리섬유 등 신소재로 외벽과 지붕을 만들어 외풍이 들어오기 쉬운 전통한옥의 단점을 보완한 게 특징이다. 또한 공장에서 재단한 목재를 현장으로 가져와 조립하는 방식으로 한옥 건축의 최대 단점인 비싼 건축비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 3.3㎡당 건축비는 800만~1,200만원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전통한옥보다는 3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지난달 서울시가 한옥 신축ㆍ수선 지원금 지원 사업(한옥 외관 신축시 최대 8,000만원 보조)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키로 해 비용 부담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컨테이너 주택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마감재와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는 있지만 보통 소형(115㎡이하) 기준 3.3㎡당 300만~400만원이다. 중고 컨테이너를 사용하면 비용을 20% 정도 더 낮출 수도 있다. 컨테이너 주택을 포함한 모듈러주택은 골조, 벽체 등을 규격화해 공장에서 제조한 뒤 현장에선 조립하는 형태라 일주일 만에도 제작이 가능하다. 건축물을 추후 이사 시 통째로 옮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모듈러 전문 건축ㆍ디자인 회사인 얼반테이너 관계자는 “해풍에도 견디는 해상 운송에 쓰이는 컨테이너가 사용되고, 단열과 소음차단에도 신경 써 일반 건축물과 차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주택 필지를 나눠 집을 각각 지을 수 있는 듀플렉스하우스(두 집이 한 벽을 중심으로 붙어있는 형태)나, 1, 2층 별도 출입구를 만들어 세대간 독립생활이 가능한 ‘캥거루주택’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예산이 다소 여유가 있다면 새로운 공법에도 눈을 돌려보자. 요즘 각광받는 건 고밀도 단열재에 3중 유리창호 등을 적용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ㆍ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 공법이다. 겨울 외부 온도가 영하로 떨어져도 난방 없이 버틸 정도로 따뜻하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 관계자는 “유리 사이에 아르곤이 들어가 열손실을 최소화한 창호 등 좋은 자재가 많이 개발된데다, 주택은 단열재 등을 상대적으로 두텁게 쓸 수 있어 아파트를 능가하는 집이 탄생하게 된다”며 “에너지 감소효과뿐만 아니라 결로, 곰팡이 등도 없어 쾌적한 환경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집 외관과 실내구조를 디자인하는 건 ‘로망’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일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작업인 만큼 직접 집을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건축사에게 맡길지, 시공사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통할지 선택해야 한다. 조성욱 조성욱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사는 땅 모양에 맞춰 건축주의 취향을 공간에 반영한다”며 “설계를 바탕으로 한 모형과 3차원 투시도 등을 사전에 만들어 시공 시 문제되는 점을 예측하기도 하고 시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체크해줄 감독관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건축사의 설계ㆍ감리비는 198㎡ 기준으로 보통 3,000만~5,000만 수준. 시공사에 의뢰할 경우 1,000만원 안팎이니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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