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가미사키 미군통신소 르포

교토에서 북쪽으로 160km
삼엄한 경비 기지 앞 다가서자
실내체육관 온듯 귀가 멍멍
"전자파 수치 기밀 핑계 미공개"
사드 기지 성주 배치 소식에
자신들의 일인양 걱정하기까지
"보상 만족" 당근책에 민심 분열도
미쓰노 미쓰루(67) 미군엑스밴드레이더기지 반대모임의 우카와연락회 대표가 미군 사드 레이더 기지를 가리키며 소음과 전자파의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 청색 가건물이 레이더가 배치된 건물이다. 교가미사키=박석원특파원

일본 교토(京都)로부터 자동차로 4시간여 달리면 도착하는 교탄고(京丹後)시 소대시(袖志) 마을. 해안절경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아오모리 샤리키와 함께 일본에서 미국의 조기경보레이더인 사드 레이더(AN/TPY_2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가 배치된 곳이다. 정확히는 일본 항공자위대 교가미사키기지에 들어선 사드레이더 기지 미군통신소는 교토에서 북쪽으로 160km 떨어진 교탄고시 우카와(宇川) 마을에 들어서 있다. 레이더 기지는 우리나라 동해와 접해있는데 2차 대전 후 미군이 점령했다가 반환한 후 1958년 항공자위대 레이더기지로 사용됐다고 한다.

14일 도착한 사드레이더 기지는 삼엄한 경비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미 군무원은 “접근하면 위험하니 돌아가라”고 경계의 눈빛으로 출입을 막아서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 괴롭히는 발전기 소음

마을 주민들은 소음 때문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기지 앞은 탁 트인 동해 바다가 펼쳐져 있었지만 실제 심한 소음이 진동했다. 순간순간 실내체육관에 있는 듯 귀가 멍멍해지는가 하면 상당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무거운 분위기가 목을 조여오는 듯 했다.

15일 마을 주민반대운동 대표자인 미쓰노 미쓰루(三野 ·67ㆍ여)씨와 함께 찾아간 기지에서도 전자파의 음산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소음의 진원지는 레이더를 돌리는 발전기”라며 “지금은 발전기에 소음기를 설치했지만 바람의 세기에 따라선 3km나 떨어진 우리 마을에서도 소음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가장 가까운 주민의 집은 발전기와 직선거리로 200m에 불과하다” 며 “밤잠을 못자는 사람도 있고 만성 두통에 술을 안마시면 잠들지 못한다는 피해자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마을 대표자로서 외부인들에게 자주 설명회를 갖고 있다는 그는 “부대 앞에서 설명회를 하다 보면 30분간만 서있어도 집에 가면 토할 것 같은 적이 많았다”면서 “미국은 동물 하나 박쥐 한 마리도 소중히 하는 나라로 알고 있는데 일본 사람한테는 레이더기지 옆에서 살라고 하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기지가 들어선 지 2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주민들 가운데는 모유가 안 나온다는 산모도 있다. 1년 8개월 만에 평화롭던 고향 관광지가 노이로제로 시달리는 폐허로 변했다”고 탄식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은 사드 레이저기지를 절대 허락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레이더기지 인근 마을은 을씨년스러웠다. 60대 할머니는 불편한 점을 묻자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 잘 느끼지 못하는데 많은 주민들이 삑~삑~하는 레이더 돌아가는 소리에 기분이 나쁘고 신경이 예민해진다고 한다”고 전했다. 오사카 출신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혼자 이주해 왔다는 이웃 주민 오카노 기요시(岡野潔·64)씨는 “가끔 세탁기 돌아가는 부웅 하는 소리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저쪽 산언덕에 자위대 레이더가 있는데 함께 돌아가면 더 시끄럽다”며 “바람의 영향으로 아침 4시 정도가 가장 시끄럽다”고 말했다.

“바다로 향한 레이더기지도 이 정도인데…”

주민들은 전자파의 위험성에도 떨고 있었다. ‘미군기지건설을 위협하는 우카와지구 유지모임’에서 활동하는 한 주민은 “레이더는 지향성이 강해 방향에 따라 위력이 다른데 일본 정부와 미군측은 바다와 위쪽을 향해 전면 150m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사람에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전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전에 딱 한번 전자파 관련 주민설명회가 있었는데 그 수치가 0.00얼마라고 하다가 소수점 3번째 자리에서 1이상의 숫자가 나왔다”며 “이 지역과 멀리 떨어진 마을을 비교한 수치였는데 구별이 되는 숫자가 나오기 전까지만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분명히 다른 지역과 차이가 있는 흔적이 드러났는데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자파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는 주민들이 가끔 나오지만 미군측은 전체가 군사기밀이라며 얘기를 안 해준다”고 성토했다.

현지에서 만난 대부분의 주민들은 경북 성주에 들어서는 사드 기지 상황을 들려주자 “레이더 방향이 바다가 아니고 주민거주지라면 무서운 일”이라며 자신들의 일인양 함께 걱정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우리는 얌전해서 당했지만 한국사람들은 절대로 레이더 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용서해선 안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마을은 더구나 토지수용을 위한 일본 정부의 당근책을 둘러싸고 갈갈이 찢기고 분열돼 있었다. 레이더기지가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는 40대 남성은 “구름이 많을 때는 구름이 낮게 끼어 레이더 소리가 반사돼 크게 들릴 때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거의 소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쓸데없는 땅이 정부로부터 보상받아 많은 돈을 받게 됐다”며 “연금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반기는 사람도 많지만 그런 말 하면 손가락질 받아서 조용히 있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한 필지에 8,000엔이던 농지를 택지로 변경해 19만엔까지 보상해주고 있다. 정부로부터 한 필지에 30만엔까지 임대료를 받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교가미사키(일본)=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그림 2사드기지 반대 지역주민 대표인 미쓰노 미쓰루씨가 초록색 막가건물 건너편 바닷가에 있는 미군 사드 엑스밴드 레이저의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교가미사키=박석원특파원.
사드 레이저가 설치된 미군기지 건물의 모습. 교카미사키=박석원특파원
사드 레이저가 설치된 미군기지 건물의 모습. 교카미사키=박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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