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美서 27%↑ 日선 32%↑
1조5000억원 확보… M&A 투자
이 의장 2600억 스톡옵션 대박
“경영권, 돈으로 지키지 않을 것”
“라인은 네이버 자회사의 첫 번째 성공 사례일 뿐이다. 더 큰 세상에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겠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15일 강원 춘천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라인은 공모가(3,300엔)보다 32%나 오른 4,345엔에 거래를 마감,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시가 총액은 9,124억엔(약 9조8,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앞서 1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도 공모가보다 27% 뛴 41.58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 의장은 “TV로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라인이 상장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 잠을 거의 못 잤다”며 “지금도 꿈인 것 같다”고 감격해 했다. 그는 “이는 일본 진출 10여 년 만에 일어난 기적”이라며 “노력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하늘이 도와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라인의 성공 비결로 ‘생존에 대한 절박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인터넷 분야는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이용자들이 바로 갈아탈 수 있다. 기업 간 경쟁에는 국경과 시간의 제약도 없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국가와 브랜드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네이버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 의장은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 등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절박한 심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같은 맥락에서 이 의장은 최근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로 논란이 된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요구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의장은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은 국내에서 얼마를 버는지 알 수 없다”며 “돈을 벌면 세금도 내야 하는데 그 돈이 ‘혁신’에 쓰인다면 불공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지도 서비스를 하고 싶으면 서버를 설치하고 세금을 정확하게 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동시 상장으로 라인은 1조5,000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단숨에 확보했다. 이 돈은 주로 연구ㆍ개발(R&D)과 혁신적 기술을 보유한 외부 업체 인수ㆍ합병(M&A)에 쓰일 예정이다. 이 의장은 인공지능(AI) 관련 업체를 사들이는 데만 30조원을 투자한 구글을 예로 들며 “해외 공룡 기업들에 비하면 여전히 (자금이) 적은 만큼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대박도 터뜨렸다. 그는 557만주(15일 기준 2,6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갖고 있다. 이 의장은 스톡옵션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10년 넘게 매달 일본을 오가면서 라인 사업을 책임지고 이끈 데 대한 보상이지, 단순히 창업주여서가 절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 의장은 이를 자신의 네이버 지분(4.6%)을 늘리는 데 활용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는 “(경영권은) 내가 일을 열심히 해서 지켜야 되는 것이지 돈으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이 공개석상에 나선 건 2013년 11월 라인 가입자 3억명 돌파를 기념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후 2년여 만이다.
이미 그의 눈은 미국, 유럽 등 아직 개척하지 못한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의장은 “골프선수 박세리의 성공 이후 훌륭한 후배들이 잇따라 나왔듯 동영상 생중계 서비스 ‘브이’나 웹툰 서비스 등이 라인의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네이버가 거름이 되고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춘천=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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