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의 트럭테러는 마침 프랑스 대혁명기념일에 발생했다. 지난해 수도 파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테러당한 데 이어 ‘자유ㆍ평등ㆍ박애’의 국경일마저 공격을 당한 프랑스는 대충격에 빠졌다.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은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의 1주년을 기념해 1790년 제정된 프랑스 최대 국경일이다.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은 루이 16세의 폭정에 반발한 시민군이 정치범을 수용하는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사건이다. 시민군은 국왕의 군대를 공격해 무기를 빼앗아 바스티유 감옥에 갇혀있던 죄수들을 석방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반(反)군주세력이 주도한 시민혁명이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고, 루이 16세는 결국 1793년 1월 21일 시민의 손에 처형됐다.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이 프랑스 사회의 변혁뿐만 아니라 현대 프랑스 시민의 이념의 근간인 자유ㆍ평등ㆍ박애 정신이 완성되는 데 도화선이 된 셈이다.
때문에 프랑스 국민들에게 7월 14일은 최대 국경일이자 축제의 날이다. 파리 시내에서는 군악대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지방 소도시에서도 대규모 불꽃놀이가 벌어진다. 프랑스 남부의 대표 휴양지인 니스에도 이날 불꽃놀이를 즐기기 위해 수천여명이 모여들었다고 프랑스 당국은 전했다.
프랑스 대혁명기념일을 겨냥한 테러는 마치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4일)을 노린 테러나 마찬가지다. 미국도 앞서 이달 4일 새벽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에 경계수위를 최고로 올린 바 있다.
잇단 테러에 프랑스는 거의 패닉에 빠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즉각 연설에 나서 테러 행위를 규탄하며 국가 경비 태세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15일 오전 4시 TV 중계 연설을 통해 “또 다시 일어난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폭력인 이번 공격에 테러의 특성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또 이달 26일 종료가 예정된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트위터에는 해시태그 ‘나는 니스다(#Je Suis Nice)’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1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에는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가, 지난해 11월 파리 도심 테러 때는 ‘나는 파리다(Je Suis Paris)’라는 문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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