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를 피로 물들인 트럭 테러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상의 도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이슬람국가(IS) 등 무장단체의 위협을 받아온 서방사회를 더욱 소름끼치게 하고 있다. 최근 서방국가를 노린 대형테러들은 파리테러(2015년 11월 13일), 브뤼셀 국제공항 및 지하철테러(3월 22일), 미 올랜도 나이트클럽테러(6월 12일) 등 대부분 총기 등 군사용 무기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AFP 등 외신들은 “테러기법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트럭은 물론 공격용이 아닌 도구들이 살상무기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진화하는 테러수법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테러도 무방비 상태의 일반 대중을 노린 ‘소프트타깃’ 테러라는 점에서 이전의 최근 IS의 테러 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IS 등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주로 미국과 유럽 등의 카페와 공연장, 축구장, 공항과 같은 대도시 다중이용시설을 노렸다면 최근에는 공휴일 해변이나 축제장, 휴양지 등으로 대상이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IS의 최근 타깃은 외국인들로 맞춰지는 경향이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이 아프리카 휴양지 코트디부아르 그랑바상의 해변과 리조트를 공격, 휴가를 즐기던 유럽인을 포함해 14명이 숨졌다. 1월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의 호텔과 카페에서도 총격과 인질극이 벌어졌다. 지난해 6월에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튀니지 동부의 휴양지 수스 해변에서 튀니지 출신의 대학생 테러범이 해변의 파라솔 하나에 자리를 잡고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난사, 영국인 30명을 포함해 38명이 사망했다. 고급 휴양 호텔 투숙객이던 사망자들은 해수욕을 하거나 모래밭에서 여유를 즐기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번 테러가 발생한 니스도 유럽의 대표적 휴양지로 여름철이 되면 프랑스인뿐 아니라 유럽인과 외국인이 대거 찾아와 휴가를 즐기는 곳이다. 대참사가 발생한 프롬나드 데장글레는 작년 5월 중국의 톈사그룹(天獅集團) 직원 6,000여명이 회사가 마련해 준 프랑스 단체여행을 즐겨 기네스 세계 기록을 수립하기도 한 곳이다.
하지만 테러의 도구인 트럭은 지금까지 등장한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다. 물론 이전에도 과격 테러 단체가 승용차 등 일상도구를 집단살상의 수단으로 활용한 전례가 없지는 않다. 2014년 10월 캐나다 퀘벡에서 마르텡 룰로 쿠튀르란 남성이 IS 가담 실패에 앙심을 품고 승용차를 몰고 군인 2명에게 돌진하는 보복 테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럭을 이용해 인명을 대량 살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서방세계가 IS를 향한 압박을 가중시키면서 보안검색에 걸리기 쉬운 중화기나 폭탄 대신 화물용 트럭 등 민간 도구로 서방의 정보망을 피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2010년 알카에다 예멘지부는 영문 웹진 '인스파이어'에 올린 '궁극의 잔디깎는 기계'란 글을 통해 "잔디깎는 기계로 잔디를 깎는 것처럼 픽업트럭으로 알라의 적들을 쓸어버려라"고 촉구한 적이 있으며, 2014년 9월에는 IS도 동조자들을 향해 "당신의 차로 적들을 치어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전문가들과 국제사회는 앞으로 트럭은 물론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드론, 해킹을 통해 제어가 가능한 무인자동차 등이 잇따라 테러 도구로 등장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4월 미확인 드론들이 프랑스 원자력발전소 여러 곳을 저공비행하며 당국을 긴장시켰는가 하면, 같은 달 일본에선 반핵단체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방사성물질이 드론에 실려 총리관저로 배달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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