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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박 영화' 반가웠는데... 얄미운 '변칙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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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박 영화' 반가웠는데... 얄미운 '변칙 개봉'

입력
2016.07.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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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이 김선달'은 조선시대 사기꾼 김선달의 호쾌한 활약상을 그린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봉이 김선달'은 조선시대 사기꾼 김선달의 호쾌한 활약상을 그린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대박 아니면 쪽박’이던 한국영화 시장에 오랜만에 ‘중박’ 영화들이 등장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굿바이 싱글’과 ‘봉이 김선달’, 픽사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극장가 흥행을 주도했다.

‘굿바이 싱글’은 지난달 29일 개봉해 2주 만에 190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았고, 지난 6일 나란히 개봉한 ‘봉이 김선달’과 ‘도리를 찾아서’는 14일까지 각각 누적관객수 138만명과 123만명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전체 관객수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는 아니기에 영화 관계자들은 세 영화의 동시 흥행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굿바이 싱글’의 경우 40대 철부지 톱스타 고주연(김혜수)의 가짜 임신 소동을 그린 코미디 영화임에도 10대 미혼모 문제가 주요하게 등장한다. 개봉 전 배급사는 혹시 모를 논란과 관객들의 부담을 우려해 이에 대한 언급조차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배급사 쇼박스의 관계자는 “민감한 소재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적절한 수위로 담아냈다는 관객 평가가 많았다”며 “우려했던 것과 달리 10대 미혼모 소재가 영화 흥행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굿바이 싱글’은 개봉 첫 주말 이틀 동안 52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고, 개봉 2주차 평일에도 일일 관객 10만명 안팎을 꾸준히 동원했다. 쇼박스 관계자는 “장르적 특성과 개봉 경과 시기를 고려하면 평일 관객이 평균치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승호가 출연한 ‘봉이 김선달’의 선전은 더 돋보인다. 김혜수와 마동석을 내세운 ‘굿바이 싱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우의 티켓 파워가 크지 않은 데다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호의적이 않았기 때문이다. ‘봉이 김선달’의 홍보마케팅사인 플래닛의 관계자는 “개봉 첫 주에는 20~30대 관객이 많고 2~3주차부터 관객 연령대가 넓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봉이 김선달’은 첫 주부터 이례적으로 가족 단위 관객이 몰렸다”며 “예매율이 높지 않았던 반면에 현장 판매가 상당히 많았다”고 밝혔다. 주인 없는 대동강 물을 판 희대의 사기꾼 김선달 설화가 중장년층에는 친숙하게, 젊은 세대엔 호기심 어리게 다가간 것이 관객 연령대를 넓힌 요인으로 꼽힌다.

‘니모를 찾아서’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속편 ‘도리를 찾아서’도 어린이ㆍ가족 관객들의 호응 속에 힘을 냈다. 개봉 첫 주말인 9일과 10일엔 이틀 연속 일일 관객 37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상반기에 ‘곡성’과 ‘아가씨’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가 흥행하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 세 작품이 이례적으로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오랜만에 한국영화 시장에서 허리 역할을 할 중박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이 반갑다”고 말했다.

영화 '굿바이 싱글'의 김혜수와 마동석. 쇼박스 제공
영화 '굿바이 싱글'의 김혜수와 마동석. 쇼박스 제공

하지만 호시절이 짧아도 너무 짧았다. 중박 영화들에 서서히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주초만 해도 예상 밖의 선전에 고무돼 있었지만 순식간에 분위기가 식었다. 16, 17일에 ‘굿바이 싱글’은 개봉 3주차 주말, ‘봉이 김선달’과 ‘도리를 찾아서’는 개봉 2주차 주말을 맞이하지만 뒷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어느 정도 관객몰이를 끝냈기 때문이라기보단 본격적으로 개봉 준비에 들어간 여름 ‘텐트폴’ 영화들의 과열 경쟁 탓이 크다.

‘부산행’(NEW 배급)이 칸영화제발 입소문을 등에 업고 4대 배급사 중 가장 먼저 20일로 개봉일을 잡았다. 관객 선점을 위해 주말인 15~17일 사흘간 유료시사회를 개최한다. 전국 스크린 수는 15일 390개, 16일 408개, 17일 380개(15일 기준)다. 16, 17일의 경우 전체 영화 중 4번째로 많은 수로 개봉작인 ‘굿바이 싱글’보다 많다. 시사회라고 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 사실상 개봉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행’의 ‘변칙개봉’은 연쇄 반응을 낳았다. 아직 정식 개봉도 하지 않은 ‘부산행’에 개봉 첫 주의 주말 장사를 빼앗기게 된 ‘나우 유 씨 미 2’가 ‘전야개봉’이라는 명목으로 화요일인 12일 저녁부터 스크린을 열었다. ‘나우 유 씨 미 2’는 정식 개봉도 하기 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그만큼 다른 영화들은 관객을 만날 기회를 잃었다. 특히 이번 주말에 ‘나우 유 씨 미 2’의 공세와 ‘부산행’ 유료시사회까지 겹치면서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잃은 중소 영화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기대 이상으로 입소문을 탄 ‘봉이 김선달’과 ‘굿바이 싱글’의 경우 파괴력이 크지 않더라도 장기흥행을 기대해볼 만한데 현재 상황에선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개탄했다. 이 관계자는 “대작 영화들이 개봉과 동시에 스크린을 독점하는 걸 넘어 변칙개봉까지 하면 앞으로도 중소 영화들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고사하게 될 것”이라며 “대작 영화들의 과열 경쟁이 한국영화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은 전대미문의 좀비 바이러스 전국을 뒤덮은 상황에서 피난을 위해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다. NEW 제공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은 전대미문의 좀비 바이러스 전국을 뒤덮은 상황에서 피난을 위해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다.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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