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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지 못한 정책과 대외전략으로 사드 논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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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지 못한 정책과 대외전략으로 사드 논란 키워”

입력
2016.07.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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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내외에서 계속되는 사드 논란과 관련, 외교부 장관을 지낸 두 외교 전문가를 만났다. 유명환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우리 외교를 책임졌다. 보수ㆍ진보 정권에서 외교수장을 맡았던 두 사람은 현 정부가 사전에 투명하지 못한 국내 정책과 대외 전략으로 불필요한 사드 논란을 자초했다고 입을 모았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사드 도입 반대는 주한미군 철수하라는 의미… 북핵ㆍ미사일에 대응한 주한미군 방어용 분명히 밝혔어야”

-사드 도입이 방어적 자위 조치지만, 외교적 리스크 우려도 크다. 사드 도입 결정을 어떻게 보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올해 4차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 무수단 발사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하는 데, 우리의 선택은 제한돼 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로는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사실 사드 도입의 본질을 봐야 한다. 이 문제의 시작은 주한미군이 북한의 표적이 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2014년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제기한 것이다. 주한 미군이 현실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한미주둔군협정(SOFA) 내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드 도입을 반대하면 주한 미군이 북한 위협에 노출돼도 좋다, 그러니까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좋다는 뜻이 된다. 그건 동맹을 파기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필요하다면서도 사드는 안 된다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 사실 처음부터 기정사실화해서 우리 안보에 다른 옵션이 없고, 제3국이 아니라 북한 방어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처음 사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보였던 게 문제라는 것인가.

“국방부가 애초 3NO(요청ㆍ협의ㆍ결정 없음)라고 했는데, 돌이켜보면 적절치 않았던 원칙이었다. 이게 오히려 중국이 개입하는 빌미를 줬다. 사드에 대한 반대 논리는 중국의 국제정치 학자나 한반도 전문가들이 먼저 제기해 당 기구 등을 거쳐 시진핑 주석까지 올라간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중국 지도부가 사드의 기술적 문제와 한국의 안보 현실, 남북관계를 충분히 고려치 않고 무조건 반대입장을 정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간다. 그로 인해 한국의 입장은 들어볼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근거 없다는 뜻인가.

“중국이 군사기술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왕이 외교부장이 사드는 한반도의 방어 수요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는데, 기술적인 면을 무시한 것이다. 우리에게 무슨 수단이 있나.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사드 밖에 없다. 사드의 엑스밴드 레이더 성능에 대해서도 협의할 수 있는데, 중국은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식 태도로 협의 자체를 거부한다. 사드 문제가 미중 간의 중요한 전략적 이슈라면 중국이 먼저 미국과 직접 이야기할 문제다. 왜 중간에 낀 우리를 협박하려고 하는가. 한국을 오히려 미국과 일본 쪽으로 밀어붙이는 역효과가 날 것이다. 한국 국민 모두를 분개하게 만들면 안 된다. 중국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한 우려가 높다.

“중국이 실제 경제 보복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과거부터 정경분리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게 중국 이해에도 맞다. 남중국해로 인한 미중 갈등으로 만약 미국이 경제 보복을 하면 중국이 당하게 된다. 원칙의 문제다. 중국이 만약 보복을 한다면 비관세 조치를 통해 어려움을 주거나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싫은 소리를 한마디 하는 정도일 텐데, 우리의 안보이익을 위해서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 보복을 걱정하는 여론도 있는데, 오히려 중국에 칼자루를 쥐어주는 것이다. ”

-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면서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한다면 중국의 큰 오판이다. 사실 중국은 지난 20여년간 북한의 핵개발을 방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2009년만 봐도 6월에 북한이 2차 핵실험 했는데 10월에 원자바오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났다. 내가 김정일이라도 ‘중국이 핵개발을 그렇게 걱정 안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만 신경 쓰다가 북한을 소위 ‘망나니’로 키운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미일 3국만 겨냥한 게 아니다. 북한이 실은 미국 보다 두려워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왜 그걸 모르나.”

-남중국해 판결을 두고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고조돼 군사 충돌 우려까지 나온다.

“미중은 싸우면서 대화를 할 것이다. 중국이 무력시위를 하겠지만, 쉽사리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가지 걱정은 베트남 필리핀 등과 중국 사이에서 의도치 않은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다. 그렇다고 무력을 사용할 만큼 중국도 대내외적인 여건이 좋지는 않다.”

- 중국의 팽창노선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길은 무엇인가.

“큰 그림으로 보면 19세기말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패했던 중국이 이제 일본을 능가하면서 120년 만에 세력 균형이 바뀌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너무 급격하게 일어나 충돌이 생기는 것이다. 중국이 너무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도 중국의 부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느 편에 서기 보다 원칙에 입각해 장기적 관점에서 행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국방력이나 경제 등 역량을 키워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미국에만 너무 일방적으로 의존해서도 안 된다. 중국과 경제관계를 유지하며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대화를 나눠야 한다. 사드 문제도 한중이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안보ㆍ외교ㆍ경제 복합적인 문제… 부처간 조율 실종”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어떻게 보나.

“중요한 것은 우리 국가의 중장기적 목표를 염두에 두고 그 관점에서 사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안보 목표상 사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우리 국민이나 상대 국가를 향해 적극적 자세로 대응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간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면서 수동적이고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사드 배치는 안보 측면에서 플러스 효과가 분명히 있다. 다만, 이게 강대국간 경쟁 구도, 예컨대 미사일방어체제(MD) 게임과 연동되면 부정적 효과가 크다. 이 파장을 축소하는 방안을 정부가 고민했어야 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월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기자회견에서 ‘북핵 위협이 없다면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그 점에 착안해 우리도 조건부 사드 배치론으로 중국과 우리 국민을 적극 설득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중국의 반발은 어떻게 보나.

“사드 레이더가 안보 위협을 준다는 것은 겉으로 내세우는 구실이고, 실제로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이 사드 배치로 미일간 MD 시스템에 동참할 가능성이다. 하지만 그 위험은 실현된 게 아니다. 그래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를 철수한다는 조건을 걸자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현실화할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그런 선택을 하면 중국도 감당해야 할 비용이 있다. 한중 무역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중국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보복 조치가 있을 경우 우리 국민이 단합해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가 국민들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게 설명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서두른 흔적이 많다. 남중국해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직전에 배치 결정을 한 것도 강대국 간 경쟁 구도를 자초한 게 아닌가.

“왜 이 시점을 택했는지 알 길이 없다. 차근차근 결정해도 되지 않았나 아쉽다. 21세기 의 현안 대부분이 복합적이다. 안보 외교 경제 문제가 얽혀 있는데 사드 문제가 전형적이다. 때문에 각 부처간 조율과 정책 조정이 중요한데, 우리 정책결정시스템은 그 대목이 너무 취약하다. 그런 토론 과정을 거쳐서 타이밍도 고려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중국의 반발로 대북 공조 체제 균열 우려도 나온다.

“중국이 글로벌 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하기 원하는데,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한다면 자신들이 내건 명분과 이미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중국도 이를 고려해서 대응을 할 것으로 본다.”

-남중국해 판결을 두고 미중 충돌도 격화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의 결정을 전면 부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에 돌아올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고민할 것이다. 그렇다고 약하게 물러서면 국내 정치적으로 체면의 문제가 걸린다. 변수 중 하나는 필리핀의 새 대통령이 중국과 대화할 의지를 비치고 있는 점이다. 양국간 대화를 통해서 제3의 대응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충돌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은

“중국과 친한 일부 아세안 국가들을 제외한 상당수 국가들이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유대를 맺으면서 경제력이 상승하는 중국과 교류해 이득을 보는 전략으로 나간다.‘경제는 경제고 안보는 안보’라는 입장으로 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비슷한 입장의 나라끼리 단합해 양쪽의 완충 역할을 하면서 양 대국이 충돌하지 않고 협력하도록 노력하는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 정부의 비핵화 전략인 대북경제압박은 어떻게 보나.

“중국이 얼마만큼 협조하고 북한이 제재의 빈 틈을 이용해 어떻게 피해가느냐가 중요한 변수인데 전망이 밝지 않다. 미국도 선거철이기 때문에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결국 내년 미국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봐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북한이 원하는 대가를 어느 정도 지불할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압박과 동시에 외교적 관여의 양면 전략으로 진행해야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까. 아울러 통일을 위해서 남북 주민간 통합으로 가는 구심력 강화의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대북제재 국면이라도 왜 인도주의적 보건ㆍ의료 협력조차 하지 않고 모든 걸 폐쇄하는 방향으로 가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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