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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령에서서 특급호텔 요리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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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령에서서 특급호텔 요리 맛보세요”

입력
2016.07.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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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조철씨 부부 26번 국도 육십령휴게소 운영

“음식 제공이 빠르지 않더라도, 그래서 오래 기다리게 되더라도 너그럽게 기다려주세요.”

전북 군산시와 대구광역시를 잇는 26번 국도 중간쯤인 전북 장수군 장계면 육십령휴게소를 운영하는 조철(57)씨가 손님들에게 드리는 당부의 말이다. 99㎡ 규모의 평범한 국도변 휴게소이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름 휴가철 주말쯤이면 많게는 200여명이 몰려 1, 2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해발 700m가 넘는 고갯마루에 자리 잡은 조그만 휴게소에 이처럼 손님들이 몰리는 이유는 서울 특급호텔 셰프로 일했던 조씨가 만드는 돈가스와 카르보나라ㆍ토마토 스파게티 등 파스타를 맛보기 위해서다. 그가 만든 돈가스와 스파게티는 인근에 소문이 나면서 2시간씩 차를 몰고 찾아오는 단골들뿐만 아니라 멀리 서울에서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급호텔 요리사 출신인 조철씨가 주방에서 음식을 요리하고 있다.
특급호텔 요리사 출신인 조철씨가 주방에서 음식을 요리하고 있다.
특급호텔 요리사 출신인 조철씨가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특급호텔 요리사 출신인 조철씨가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조씨와 부인 김성숙(55)씨가 이곳에 정착한 것은 2013년 4월. 육십령휴게소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오가는 이들이 잠시 쉬고 가고 쉼터였지만, 2001년 통영대전고속도로 함양∼무주 구간이 개통되면서 한산해졌다. 하지만 조씨 부부가 입찰을 받아 휴게소를 운영하면서부터는 다시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의 전신인 경희호텔경영전문대학에서 프랑스 음식 등을 전공한 조씨는 졸업 후 쉐라톤 워커힐 호텔(현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과 스위스 그랜드 호텔(현 그랜드 힐튼 서울호텔), 서울 강남 일대와 명동, 압구정동 등의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는 미련 없이 서울 생활을 접고 조그만 휴게소 부엌을 선택했다.

조씨는 “서울 레스토랑 등 외식업체에서 일할 때 사용했던 식재료들은 대부분 수입 농산물이었다”며 “어떻게 생산됐는지도 모르는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 싫어 요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고 육십령을 찾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조씨는 그 다짐대로 스파게티면과 치즈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식재료를 주변 농가에서 구입해 그의 손맛과 정성을 담아 요리를 하고 있다. 그는 휴게소 벽면에 ‘로컬푸드를 사용해 맛있게 요리합니다’ ‘저희는 슬로푸드를 지향합니다’ 등의 글귀를 써 붙여 놓은 것처럼 아무리 바빠도 제대로 만든 음식만을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다.

특급호텔 출신 요리사인 조철씨가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특급호텔 출신 요리사인 조철씨가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일부러 이 먼 곳까지 찾아오는 것은 조용한 시골 마을, 소박한 요리사가 만드는 슬로푸드 음식을 먹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 오래 기다려야 할 때는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원래 하던 대로 제 속도에 맞게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갖다 드리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아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씨는 “육십령휴게소는 개인식당이 아닌 공유재산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며 “기회가 되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식재료를 갖고 슬로푸드를 요리하는 농가식당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꿈을 밝혔다.

최수학 기자 sh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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