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가족과 휴가를 떠나려 합니다. 아이들은 초등학생 2명. 강원도의 계곡과 바다를 구경시켜 주고 싶네요. 숙소는 삼척에 콘도 2박을 잡았습니다. 알차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게 코스 좀 잡아주세요.
▶답변
삼척의 콘도를 2박 예약하셨다면 좋은 선택을 하신 거 같습니다. 삼척은 동해, 울진, 태백, 봉화를 다녀오기에도 좋은 위치입니다. 동해, 울진, 삼척은 바다와 계곡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고, 태백과 봉화는 인적 드문 울창한 숲이 많이 있는 곳입니다.
휴가여행이기 때문에 바다, 계곡, 체험 테마로 나눠 설명 드리겠습니다. 휴가 첫날 점심때쯤 삼척에 도착한다는 가정하에 계곡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운전이 피곤할 테니 첫날 여행테마는 쉼(休)로 하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계곡은 동해시 두타산 무릉계곡, 삼척 덕풍계곡, 봉화 백천동계곡, 울진 불영계곡을 추천해드립니다.
동해 무릉계곡은 두타산(1357m)과 청옥산(1407m) 사이의 약 4km구간 계곡입니다. 높은 산에서 흐르기 때문에 수량도 풍부하고, 또 맑고 시원합니다. 주차장에서 매표소 전까지는 계곡 가까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가입니다. 물가 테이블을 미리 예약해 백숙과 시원한 동동주로 반나절을 즐기시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무릉회관식당은 백숙에 곰취장아찌가 함께 나옵니다. 닭고기에 장아찌를 싸서 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고기를 싫어한다면 산채종류도 좋습니다. 무릉계곡의 식당은 대부분 맛깔스럽게 잘하는 편입니다.
2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위해 무릉반석까지 가시면 물놀이가 가능합니다. 매표소에서 5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쉽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산책을 하시려면 그 길을 따라서 용추폭포까지 다녀오실 수도 있습니다. 왕복 약 2시간 30분 정도 잡으셔야 합니다.
삼척 덕풍계곡은 풍곡리주차장에서 승용차로 덕풍산장이 있는 마을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휴가철엔 통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을에서부터 깊은 계곡이 시작되는데 이곳부터는 도보로 이동해야 합니다. 한국에 이렇게 깊은 계곡이 있나 의심할 정도로 깊고, 발을 오래 담그지 못할 정도로 물이 차고 맑습니다. 발은 담글 수 있지만, 수영을 하거나 멱을 감는 건 자제를 부탁 드립니다. 덕풍마을에 있는 덕풍산장에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시골밥상으로 가마솥에 끓인 시래기국, 강원도 막장과 산나물로 오지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봉화 백천계곡은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현불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을 지나 백천계곡 입구로 향합니다. 송이버섯 고장답게 양 옆으로 황장목(금강송)이 시원하게 쭉쭉 뻗어 있습니다. 계곡물은 상상 이상으로 시원하고 1년 내내 같은 온도의 물이 흘러 이끼투성이 입니다. 경북에서 태백산을 오르는 길이며, 지기(地氣) 또한 좋은 곳입니다. 과거에는 이 골짜기에서 수련하는 무속인이 많았다고 합니다. 대현리에 위치한 청옥식당은 산나물이 유명합니다. 일반식사를 시켜도 어느 한정식 못지 않은 나물밥상이 나오고 구수한 된장찌개도 일품입니다. 계곡 옆이어서 밖에 나가서 드셔도 좋습니다. 토종닭백숙을 드시면서 푹 쉬어도 좋을 거 같습니다.
울진 불영계곡은 울진에서 봉화로 넘어가는 국도변에 위치한 큰 계곡입니다. 불영사, 소광리 소나무숲 등이 있으며, 지역 주민들도 한여름에 이 계곡 주변에 터를 잡고 더위를 쫓습니다.
다음 테마는 바다입니다. 솔직히 동해, 삼척, 울진의 바다는 어느 한 곳을 추천하기 미안할 만큼 모두 좋습니다. 동해의 망상해변과 촛대바위가 있는 추암해변, 삼척의 새천년해안도로와 삼척해변(원래 후진해수욕장인데 삼척해변으로 바뀐 곳), 해송이 아름답고 넓은 백사장의 맹방해변과 용화해변, 울진 죽변항 등이 이름난 곳입니다. 동해의 어달리어시장, 삼척의 정라진어시장, 임원항 등은 바닷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조그만 어시장들입니다.
삼척에는 동굴탐방과 해양레일바이크, 바다열차 등 체험거리가 풍부합니다. 신기면에는 대금굴과 환선굴이 있습니다. 대금굴은 인터넷으로 필히 사전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두 동굴 모두 모노레일이 있어 쉽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대금굴은 좁지만 원형이 잘 보존돼 있고, 환선굴은 동굴 안에 마을이 들어서도 될 만큼 규모가 엄청나게 큽니다.
해양레일바이크는 바다와 가까이 레일을 설치했습니다. 오르막길에서는 자동이기 때문에 힘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바다열차는 강릉에서 삼척까지 바닷가를 달리는 열차입니다. 좌석이 모두 바다를 향하게 배치돼 있어 동해의 아름다움을 보며 가는 열차입니다. 장호항의 스노클링은 요 근래 인기를 끄는 체험입니다. 맑고 투명한 동해바다 속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레저 중 하나입니다.
삼척의 맛집으로 삼척항에 있는 바다횟집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일 잡은 곰치로 바로 끓이는 곰치국이 유명합니다. 시원한 국물 맛은 냉동 곰치를 쓰는 집과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또 향토식당은 새꼬시와 칼국수가 맛있습니다. 가격도 착하지만 정라진어판장에서 당일 잡힌 가자미를 사용하기 때문에 식감 또한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주민들도 아는 사람만 아는 육향식당입니다. 칼국수와 족발을 파는데 테이블이 5개 정도밖에 안됩니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국물을 만들고 면을 넣어 삶아줍니다. 5,000원이지만 잊지 못하는 맛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짧은 글로 다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삼척은 즐길 거리가 많아 2박3일로는 부족하리라 생각이 들지만 가족의 취향에 맞게 멋진 휴가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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