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된 책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리고 출판 담당 기자를 업으로 삼고 있지만 정작 ‘책’에 대한, ‘읽기’에 대한, ‘서점’에 대한 얘기들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책읽기 모임, 동네 책방에 대한 얘기들이 풍성해질수록, 뭐랄까요, 되레 쓸쓸한 황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은 그렇지 않아 좋았습니다. 1965년부터 50년간 서점쟁이로 살아온 여든 여섯살의 시바타 신을, 출판전문지 기자 출신 저자 이시바시 다케후미가 3년 정도 쫓아다니며 인터뷰한 기록입니다.
시바타 신은 도쿄 고서점 거리 진보초에서, 이와나미서점 같은 ‘진보좌빨’ 출판사의 인문사회서적을 주로 가져다 파는 서점 ‘이와나미 북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벌써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나요. 저자가 ‘진보초 터줏대감’ 시바타 신을 찾아간 것도 ‘어떻게 버티고 있냐’ 묻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시바타 신이 하는 ‘엉뚱한 대답’들이 매력적입니다.
“책을 판다는 건 말이지, 책이 좋다든가 책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것에 사명감을 느낀다든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모두가 기분 좋게, 가능한 나쁜 감정 없이 일할 수 있는가, 이런 노무 관리가 먼저라는 거야.” “다른 서점에서 ‘책의 콩세르주(안내인)’ 같은 말이 튀어나오는 걸 보면 좀 우습기도 한 거지. 독자에게 무언가는 지도할 필요도,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이 눈에 띌 필요도 없어. 작은 점 같은 존재면 돼.”
“세상에 서점이 사라져도 대부분 인간은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지. 그 대전제를 잊고 ‘어떻게 해서라도 지킬 각오다’ 뭐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늘어나.” “책의 산을 풀어헤쳐 무거운 책을 안고 매장을 동분서주 해야 하지. 최선을 다해 궁리하고 책을 진열하지만 그렇다고 팔린다는 보장은 없어. 팔린다고 해도 큰 이익이 남지 않지. 어떤 작업을 해도 크게 칭찬받지 못하고 성과도 조금 밖에 없어. 하지만 이것이 일상이지.”
그의 결론은 ‘주먹밥’입니다. 열다섯살 나이로 패전을 맞았을 때 믿어야 할 것은 요란한 제국주의 선전 문구가 아니라 자기 손에 들린 주먹밥이란 사실을 깨달은 거지요.
“실은 말야, 아무 의심 없이 믿어도 되는 건 그때 그때의 주먹밥뿐이야. 눈 앞에 있고, 먹을 수 있고, 맛있고! 그것만이 분명한 것이지. 슬로건을 드높여 ‘이렇게 하면 모두의 가게가 개선된다’는 이야기보다는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 하나하나에 대응하며 살아가는 쪽이 훨씬 확실하니까.”
‘카르페 디엠’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둔 말일 겁니다. 원제는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다’입니다. 출판뿐 아니라 저마다의 ‘업’에 대해 고민 중인 분들. 각자의 자리에서 주먹밥을! 그리고 휘파람을!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