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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이별 리뷰’(2011)

입력
2016.07.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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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출판사의 첫 책은 한귀은 경상대 교수의 ‘이별 리뷰’입니다.

한 회사의 첫 작품이라면 희망찬 메시지를 주는 제목을 달고 있는, 힘을 잔뜩 준 디자인의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출간 예정 리스트 중에는 희망찬 주제도, 유명한 저자도, 출간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외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리스트 중에서 이봄출판사는 ‘이별’이라는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출판사 이름을 ‘이봄’이라고 했을 때는 분명 독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첫 책의 선택은 재고의 여지 없이 ‘이별’이었습니다. 이 원고는 게다가 ‘이별 돌아보기’라는 힘든 마음을 풀어내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지난 것들과 이별을 잘 해야 한다고. 지금 너무 힘들어 그만 포기하고 싶을 때, 우리는 예전의 시간을 돌아보고 예전의 사람들을 그리워합니다. 시작은 즐거워도 그 길을 달리다가 다 버리고 뒤돌아 도망가도 싶을 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과거와 제대로 이별해놓고 돌아가려 한다면 스스로 얼마나 머쓱할까요.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별’로 이봄출판사의 문을 열었습니다. 한귀은 교수의 ‘이별 리뷰’는 이별과 그로 인한 슬픔과 고통을 애써 지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별의 정황을 느끼는 순간부터, 이별에 대한 부정과 슬픔, 그리고 분노와 애도의 기간까지 이별을 단계별로 나누어 각 단계를 천천히 곱씹게 합니다. 이 과정이 우리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해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책처럼 이봄 출판사도 천천히 이별을 음미하며, 좀더 단단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요란하지 않았습니다. 봄날처럼 은은하게 독자에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을 담아, 표지는 덤덤한 톤으로 했습니다. 본문 속 사진도 데뷔한 사진작가나 알려진 상업사진작가의 것이 아닌 일반 독자의 담백한 사진을 넣기로 했습니다. 이별은 두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내러티브를 가진 인물 사진이 필요했습니다. 문득 이별의 내러티브가 있는 사진을 발주한다는 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잘 찍는 일반인의 사진을 찾기로 했습니다. 2010년에는 텀블러라는 SNS가 유행했고, 다행히 아직 담백한 일반인들의 사진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별의 내러티브는 글과 사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지금도 이봄출판사는 ‘이별 리뷰’를 통해 그 첫 마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제가 이봄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이별한 지난 것들과 새로 만난 지금의 것들을 늘 기억하게 해줍니다.

고미영 이봄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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