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무상으로 받은 진경준(49)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1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던 도중 총 13억원가량의 뇌물수수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긴급체포됐다. 문제의 주식 최초 취득 시점(2005년) 기준으로 공소시효(10년)가 지났지만, 검찰은 그가 이후에도 넥슨과 금품거래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포괄일죄’ 형식의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르면 15일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이날 오전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2005년 6월 넥슨 주식 1만주(4억2,500만원 상당)를 무상 취득한 경위, 대학 동창인 김정주(48)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 측에 대한 편의 제공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그는 해당 주식을 2006년 11월 넥슨 측에 10억여원에 되팔고, 넥슨재팬 주식 8,537주(액면분할 후 85만3,700주)를 주당 8,500엔(당시 환율 기준 10만원)씩, 총 8억5,370만원에 사들였다. 2011년 일본증시 상장 후 넥슨재팬 주가는 크게 뛰었고, 진 검사장은 지난해 이를 처분해 126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검찰은 2008년 3월 진 검사장이 넥슨의 법인 리스차량이던 제네시스를 처남 명의로 넘겨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전날 김 회장으로부터 “진 검사장이 검사인 점을 감안해 주식대금이나 차량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05년 넥슨 주식 수수(4억 2,500만원) ▦2006년 넥슨재팬 주식 취득(8억5,370만원) ▦2008년 제네시스 취득(3,000여만원 상당) 등이 서로 연결된 뇌물거래라고 보고 ‘포괄일죄’를 적용키로 했다. 포괄일죄의 경우, 맨 마지막 범죄 시점이 공소시효 안에 있으면 그 이전의 범죄들까지 모두 한데 묶여 공소시효 제약에서 자유로워진다. 검찰은 다만, 2006년 넥슨재팬 주식취득 관련 뇌물액수에 대해선 법리검토를 거쳐 향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시절(2009~2010년) 조양호(67) 한진그룹 회장의 탈세 의혹 사건을 내사 종결한 직후, 처남 명의의 청소용역업체가 한진그룹 계열사 2곳에서 일감을 따낸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캐물었다.
이날 오전 10시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진 검사장은 취재진에게 “그 동안 저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않은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 내부에선 “부끄럽고 참담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는 이날 조사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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