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7월 15일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 가나가와 현 일본공산당 후보로 나선 아사카 유카의 선거 포스터들은 낯익은 영화의 스틸컷을 연상케 했다. 술을 무척 즐길 것 같은 인상의 한 노인이 술집 카운터에 앉아 심드렁한 표정으로 몸을 틀어 당신을 바라보는 사진. 포스터에는 ‘8시간 노동이라면 맛있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문구가 담겼다. 그 어떠한 대의보다 먼저, 그의 ‘소박한’ 바람만을 위해서라도 ‘8시간 노동’을 이뤄야 할 것 같은 호소력이 거기 있었다. 유카는 그 밖에도, 현장 안전을 촉구하는 건설 노동자, 원전 반대를 바라는 직장인, 평화헌법에 반대하는 주부, 재일외국인 혐오발언에 반대하는 청년 등 자신을 지지하는 실제 유권자들의 사진들로 선거 포스터를 제작했다. 선거 홈페이지에
따르면, 1980년생 아사카 유카는 고교시절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었고, 2년간 캄보디아 학교 지어주기와 국내 지진난민돕기 등 봉사활동에 참여해왔다. 츠쿠바대 진학 후 가난한 나라들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에서 가난과 분쟁을 종식시키는 꿈을 품게 됐다고 했다. 아프리카 돕기 NGO를 만들려다 경험의 한계를 절감했고, 무역 사업을 해보면서 경제 현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의 정치적 이상에 가장 부합하는 정강을 내건 공산당과의 협력 활동-청년 고용 조사 등- 을 통해 경험을 쌓았고, 지난 선거 경선에 도전해 공천을 받았다.
그는 낙선했다. 11일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힘이 미치지 않아 의석을 획득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평화헌법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 11일 아침 7시 20분 츠루미역, 8시 칸나이역에서 유권자들께 답례하겠다”고 썼다.
일본공산당은 1922년 7월 15일 출범해 종전 직후인 45년 10월 합법 정당이 됐다. 부침을 겪으며 폭력 사회주의 혁명이 아닌 비폭력 민주주의 혁명노선을 채택했고, 천황제 폐지도 한 발 물러나 “국민 총의로 정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결연한 원칙은 일체의 전쟁 반대와 노동 인권 보장이다. 아베 정권의 개헌 기도에 맞서 야당공조로 선거에 임한 공산당의 이번 공약에는 최저임금(1.000엔→1,500엔) 인상과 대학 학비 10년간 반액 등도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공산당은 3석을 보태 14석이 됐고, 정당득표율도 2013년의 9.68%에서 10.74%로 진전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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