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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은 지금, 부담은 차기 정권. 쏟아내는 SOC 사업 뒤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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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은 지금, 부담은 차기 정권. 쏟아내는 SOC 사업 뒤탈 우려

입력
2016.07.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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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대구공항 통합이전 TF 1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대구공항 통합이전 TF 1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공항 확장ㆍ대구공항 이전 등

한달 새 60조원대 신규 발표

“국가 채무 관리는 뒷전” 지적

부산ㆍ대구 등 지역편중 반발도

집권 4년 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가 연이어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발표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SOC사업 추진을 발표하면 현 정권에 대한 해당 지역 민심은 긍정적으로 바뀌지만, 관련 사업 예산과 절차 진행 등 숙제는 대부분 다음 정권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현 정부가 지역 개발 발표를 통한 단기적 정치 이익에만 집중하고, 장기적 국가 채무 관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1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2016년 7월 기준으로 정부가 확정한 500억원 이상의 SOC 사업은 404개로, 관련 예산만 178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최근 한 달 사이 정부가 신규 추진을 발표한 김해신공항 사업(4조3,000억원), 대구공항 통합 이전 사업(7조5,000억원)과 춘천-속초 고속철도 건설 등 36개의 신규 철도망 구축(44조6,000억원) 사업 등에 투입될 예산까지 포함하면 SOC 예산만 244조6,000억원에 달한다. 현 정부는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4대강 사업 관련 부채 22조2,000억원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해까진 정부가 SOC 예산 감축을 통한 국가 부채 축소를 외치더니, 갑자기 전 정권이 남긴 부채 규모의 10배가 넘는 신규 SOC 사업을 추진한다는 건 대선을 고려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오래 동안 미뤄졌던 현안 사업들이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승인된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대구공항 통합 이전에 대해선 “대구시가 새로운 군 공항을 마련해 주고, 기존 부지를 개발해 생긴 수익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을 도입해 중앙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세무학계에선 “수백억원 단위 사업이라면 가능할지 몰라도 7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에선 일개 지자체의 예산과 부지 개발 수익만으로는 절대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공항 이전이 본격화되면 차기 정권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 사업에 예산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연이은 민간자본 도입 SOC 사업 승인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3차 철도망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규사업 36개 중 14개 사업을 민자 사업으로 전환했다. 전체 44조6,000억원의 사업 가운데 14조7,000억원을 향후 민간자본으로 보충한다는 것이다. 한 쪽에선 정치적 목적이 의심되는 대형 SOC 사업을 추진하고, 그 부담의 일부를 민간자본으로 메우는 계획인 셈이다. 특히 민자철도는 투자 자본 회수를 위해 이용 고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이용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정부는 민자 사업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고 철도망 건설 자체만 알리는 등 적절한 여론 수렴 절차 없이 사업이 진행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SOC 사업의 지역 편중이 심한 것도 야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상 신공항이 들어서는 부산과 대구가 여권 성향이 강한 영남인데다, 14개 민자철도 역시 호남은 배제된 채 수도권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현재 군 공항 이전이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 된 지역은 수원, 광주, 대구 세 도시”라며 “그런데 대통령의 말씀 한 마디에 갑작스럽게 대구의 군 공항 이전만 결정된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지 대구의 대통령이 아니다. 차별 받아야 하는 광주는 슬프다”고 날을 세웠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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