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노래를 좋아해서 결혼하고 노래 경연 프로그램은 거의 다 봤어요. 신기한 게 어떤 가수가 노래하고 나서 아내가 코멘트 하면 똑같은 말을 전문가 패널들이 하는 거예요.”
배우 송일국은 예상대로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터뷰에서 아내 자랑과 겸손을 가장한 자기비하로 새 작품과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말했다. 송일국이 1996년 국내 초연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브로드웨이 42번가’(8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주인공 줄리안 마쉬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첫 공연을 본 아내의 반응은 “예상보다 잘 하네”였다고.
“뮤지컬은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춤 노래 연기 삼박자를 다 갖춰야 하니까. 제가 춤이 되길하나, 노래가 되길 하나….” 그럼에도 선뜻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저 같은 중고 신인이 하기 딱인 역할”이기 때문이란다. 공연 제작자 겸 연출가인 줄리안 마쉬는 작품 속 뮤지컬 배우들에게 춤과 노래를 가르치며 서사를 이끌고 공연의 강약을 조절하는 인물이다. ‘42번가’의 트레이드마크인 탭댄스를 유일하게 안 추는 인물로 노래는 딱 2곡을 부른다. 몇 년 전 송일국이 출연했던 연극 ‘나는 너다’를 눈여겨 본 최정원이 그를 공연기획사에 적극 추천했고, ‘뮤지컬은 무슨 뮤지컬이냐’며 출연을 말리던 소속사도 역할을 듣고는 “아무에게나 들어오는 게 아니다”며 적극 찬성으로 돌아섰다. “연극 안 했으면 이거 못했을 거 같아요. 무대에 대한 공포가 없기 때문에 도전한 거죠.”
연습 전 대선배 남경주의 연기를 롤모델로 삼았다. 2년 전 ‘42번가’ 공연 영상을 100번도 넘게 봤다는 그는 “(남경주에 비해)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낮다 보니까 다른 마쉬가 된다”며 “제 속에서 안중근(연극 ‘나는 너다’에서 맡은 역할)이 나와서 톤을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 대본 보고 떠오른 사람은 윤석화 선배였어요. ‘나는 너다’ 제작자 겸 연출자셨는데, 딱 연극쟁이에요. 전체 공연을 한 회도 안 빠지고 다 보셨는데, 굉장히 예민해서 빛 소리 연기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아요.” 매번 공연 영상을 촬영해 모니터링하는 것도 ‘나는 너다’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익힌 훈련 방법이다.
막상 연습에 들어가서는 걱정하던 노래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최정원 선배’와 아내의 지인까지 동원해 미리 과외도 받았건만 “두 달 연습하면 될 줄 알았던” 노래 두 곡 부르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대사만으로 이뤄진 1막 공연을 지나 노래 2곡을 부르는 2막 전 20분 휴식시간부터 긴장의 연속이다. “공연 끝나면 항상 팬들 만나는데 일본에서 온 중년 여성팬이 매일 같이 편지를 써서 주세요. 초연 때 감상평에 ‘60점’이라고 써주셨는데, 지난 주말에는 ‘70점’까지 올라왔어요. 감상평은 대개 ‘노래가 아쉽고 아직 허리에 군살이 많고…’ 이런 내용이죠.(웃음) 이분께 80점 맞는 게 목표예요.”
또다시 뮤지컬 출연을 제안 받는다면 하겠냐는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맘마미아의 ‘샘’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한다. 이것도 ‘남경주 선배’가 했던 역할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