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등 부동산 매각 난항
영진위 남양주촬영소 6년째 맴맴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 단계지만
아직도 1조원대 땅 못 팔아
대부분 규제 등에 묶인 악성매물
“지자체가 용도변경 등 나서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남양주종합촬영소는 ‘공동경비구역 JSA’, ‘취화선’, ‘해적’ 등의 영화 세트장이 있는 한국 영화 메카였지만, 요즘은 정부에게 악성 매물로 통한다. 주인인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 이전이 결정돼 2010년부터 시장에 내놨지만 지금까지 13차례나 유찰됐다. 이 기간 매각가격을 1,171억원에서 1,043억원으로 낮췄는데도 소용 없었다. 영진위는 매각대금으로 부산 기장군 장안읍 일대에 부산촬영소를 2020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라 조속한 매각이 절실한 상태다. 영진위 관계자는 “부지 사용에 대한 용도제한 탓에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단 남양주촬영소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차입해 부산촬영소 건립비용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지만 이전에 사용하던 수도권 사옥과 부지(종전 부동산) 상당수는 매각에 아직 난항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썩 좋지 않은 시기에 이들 부동산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진 데다, 애당초 매각이 쉽지 않은 특수시설까지 포함돼 있는 탓이다.
1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혁신도시로 이전했거나 이전 예정인 공공기관(154개)이 수도권 등지의 사옥이나 땅을 매각하겠다고 내놓은 매물은 총 120곳이다.
이중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한 매물은 20곳. 5월 말 정부 차원에서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를 열고 매각 작업에 나섰지만, 이후 단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들 남아 있는 부지 면적만 167만㎡(건물면적 26만㎡)에 달하며, 매각 예정가만 1조3,200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이들 중에서는 앞으로도 매각이 쉽지 않은 악성물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영진위의 남양주촬영소의 경우 북한강변, 운길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리조트나 연구시설 등이 들어서기에 최적지로 꼽히지만, 한강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을 보전해야 할 자연보전권역에 속해 있는 데다 수질오염총량제 등에도 묶여 있어 용도 전환이 제한돼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사옥(경기 용인시 수지구)도 부지 면적이 1만3,119㎡(감정가 553억원)에 달하지만, 시장에서 원하는 공동주택으로는 허가가 나지 않아 지금까지 14회나 유찰된 상태다. 내년 부산혁신도시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경기 안산시 사동 부지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외국인 근로자 밀집지역에 있어 20회나 유찰됐다. 미매각 부지 중 가장 비싼 3,524억원에 예정가가 책정돼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오리사옥(사진)은 업무시설 외 다른 시설은 들어올 수 없어 매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미 매각된 다른 부지도 절반 이상인 51곳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 팔려 사실상 공공기관 이전이 국가 재정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경기 성남시 수정구 한국도로공사 본사 사옥은 두 차례 유찰 끝에 판교테크노밸리 부지로 편입돼 결국 LH가 올해초 매입했고, 용인 한국에너지공단 부지 역시 LH가 매입해 행복주택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용도변경 등의 권한이 있는 지자체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매각이 늦어지면, 결국 그 손실은 국민이 떠안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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