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파 수장’ 존슨 외무장관 임명
브렉시트ㆍ통상 장관도 강성파로
EU 탈퇴 협상 주도권 위한 포석
내치 부서엔 잔류파 기용해 대조
테리사 메이(59) 영국 신임 총리가 13일 취임과 동시에 주요 장관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브렉시트 협상을 위한 진용을 갖췄다. 특히 유럽연합(EU) 탈퇴 운동을 이끈 강성 인사들을 외무ㆍ협상 부서에 전면 배치, “탈퇴할 거면 빨리 탈퇴하라”고 압박하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 강대 강으로 맞섰다.
메이 총리는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정부 구성권을 위임받은 즉시 주요 장관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EU 국가들과 최일선에서 탈퇴 협상을 맡을 외무장관에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브렉시트부 장관에는 데이비드 데이비스(67) 하원의원을 각각 발탁했다. 또 브렉시트 결정 이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EU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관계를 정립해야 할 통상장관에는 리엄 폭스(54) 전 국방장관이 임명됐다. EU를 맞상대할 각료진은 모두 오랜 기간 EU 탈퇴를 주장해 온 탈퇴파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특히 EU 탈퇴파 수장ㆍ행동대장 격이었던 존슨 전 시장, 데이비스 의원 등 강성파 인물을 브렉시트 협상 라인에 중용한 것은 향후 EU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존슨 전 시장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런던시장 재임 당시 내무장관이었던 메이 총리와 여러 현안을 놓고 대립했다”며 그의 직선적인 성향을 전했다. 데이비스 의원 역시 특수부대 출신으로 존 메이어 정부 시절 외무장관(1994~97년)을 지내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대에 일조한 강성파로 분류된다.
반면 내치를 맡을 장관들은 EU 잔류파를 기용, 잔류ㆍ탈퇴파를 아우르는 사회통합 및 균형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영국 경제를 책임져야 할 재무장관에는 잔류파인 필립 해먼드(60) 외무장관이 예상대로 임명됐고, 메이 총리 후임인 내무장관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측근인 여성 정치인 앰버 루드(52) 에너지장관이 임명됐다. 메이 장관은 곧 발표할 후속 개각에서도 여성을 대거 발탁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 요직에 여성을 앉히겠다는 메이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역시 잔류파에 속하는 마이클 팰런(64) 국방장관과 저스틴 그리닝(47ㆍ여) 국제개발장관은 유임됐다.
메이 총리가 첫 인사부터 파격적인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했지만 향후 과제가 만만치 않다. 당장 EU 탈퇴 협상을 언제부터 시작할지를 놓고 독일ㆍ프랑스 등 EU 국가들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메이 총리는 취임 직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우리에게는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올랑드 대통령은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을 서둘러 없애달라”고 맞받아쳤다. 협상 내용과 관련해서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유로운 이민자ㆍ자본 이동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관세로 EU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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