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계획 하향식 시행에서
대학 자율성 확대 개선
정부가 대형 대학 재정 지원 사업 10개를 4개 사업으로 통폐합한다.
교육부는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두뇌한국(BK)21 플러스사업 등 현행 10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연구 ▦대학(전문대) 특성화 ▦산학협력 ▦대학자율역량강화 등 4가지 지원사업으로 재편하는 대학 재정 지원 사업 개편방안 시안을 14일 발표했다.
개편 작업은 기간이 끝나는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통합되는 방식으로 일단 매년 지원 대상을 뽑는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부터 시안이 적용된다. 이 사업은 내년부터 가칭 대학자율역량강화 사업으로 이름이 바뀌고 현재 594억원(32개교) 수준인 지원 규모도 늘어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이 얼마나 늘지는 심의가 끝나 봐야 알겠지만 확대한다는 데에는 재정당국과 합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교육부 대학 재정 지원 사업 10개 중 가장 많은 2,972억원이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SCK)에 지원되고 있다. BK21 플러스 사업(2,725억원)과 대학특성화 사업(CKㆍ2,467억원),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ㆍ2,240억원)에도 2,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연간 예산은 총 1조5,000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들이 대학교육의 목적이나 특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데다 사업 성격도 비슷비슷하게 겹치는가 하면 평가지표마저 획일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교육부는 또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결정한 목적과 계획을 대학에 내려 보내던 기존 하향식 사업 방식을 상향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기존 사업의 경우 당장 올해부터 평가지표를 간소화하고 정량지표 비중을 축소하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내년 이후 신설ㆍ개편되는 사업은 대학이 스스로 정한 성과 지표 등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이를 심사해 지원하는 ‘대학 자율 공모’로 지원 대상 선정 방식이 달라진다. 지원금도 대학이 재량껏 쓸 수 있게 된다. 총액 내에서 대학이 알아서 돈을 나눠 쓰는 ‘총액 배분 자율 편성’ 방식이다. 이밖에 교육부는 내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재정 지원 규모를 늘린다는 방안도 내놨다. 등록금 장기 동결에 따른 재정 압박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그러나 상대평가 방식으로 대학을 줄 세우고 재정 지원 사업에 구조조정 평가지표를 적용하는 현재 틀을 바꾸지 않는 한 사업 개편 명분인 대학 자율성 강화는 요원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학 구조조정 평가지표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업 지원으로 대학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위원은 “정성평가 비중이 늘면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불식하기 위해선 선진국들처럼 교육부에서 독립된 별도 고등교육평가기구를 둬 평가ㆍ지원을 이원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